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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소속기관 승인없이 정치활동한 폴리페서 합법”
-유종일 KDI 교수 정치활동 정직 1개월 처분 부당 최종 판결
-“교수 정치적 견해가 소속 대학 견해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대학 교수이면서 정치활동도 하는 이른바 ‘폴리페서’가 소속 대학 승인 없이 정치활동을 했다고 해도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폴리페서가 소속 대학과 달리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도 이를 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는 유종일(58)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1개월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발언하는 유종일 KDI 교수

유 교수는 2012년 2월 민주통합당 후보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에서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았지만 끝내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정치활동을 계속했다.

KDI는 총선이 끝난 2012년 6월 유 교수가 직장을 이탈해 40여차례 KDI 명예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승인 대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유 교수는 휴가신청을 한 기간 동안의 대외활동이므로 ‘직장이탈 금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다시 심사를 받아, 정직 1개월로 감경 받았지만 이마저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유 교수의 대외활동 중 어떤 부분이 KDI의 명예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는지 근거를 알 수 없다”며 “교수가 평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대외 활동은 사전승인 대상이 아니다”고 보고 유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의 판단이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무상급식,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미FTA 등 국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정부출연연구기관 부설 대학원 소속 교수가 개진하면, 그 기관의 공식 의견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 교수가 이런 현안을 자유롭게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대외활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정칙 1개월 징계 처분이 무겁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또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해도 교수들의 견해가 소속기관의 견해로 오인될 소지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수의 의견과 소속 대학의 의견을 같은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설령 교수가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등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한다고 해도 소속 대학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KDI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없는 대외활동은 승인의 대상이 아니다”며 “유 교수가 대학원 전체를 대표할 만한 직함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견해가 KDI의 공식 입장임을 표명하는 등 추가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결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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