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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전창협]귀향, 또 다른 2016년 새해
"어렵다고 하지만 설은 설이다. 귀향의 기분마저 위기로 휩싸일 순 없다. 설기분의 유통기한이 고작 닷새정도지만, 숱한 이들의 귀향, 그리고 이어질 귀성에서 또 다른 음력 새해가 밝아온다."


시절이 하수상하고, 먹고 살기 어렵다 해도 새해엔 희망을 말한다. 설혹 의례적인 덕담이라고 해도 새해인 만큼 희망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다. 긴 설 연휴가 눈앞이지만, ‘복 많으 받으세요’란 덕담이 의례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복을 많이 받는 걸, 싫어할 이 없겠지만 정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월 수출액이 작년 1월보다 18%나 줄었다. 연초부터 수출도 내수도 비상상황이다. 위기를 확인하는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고, 앞으로 위기의 중량은 더 해질 것이다.정부가 연초부터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는 등 응급처방에 나섰다.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정치시즌’에 연초 경기흐름을 본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벌써 2017년을 더 걱정하는 느낌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희망을 다룬 뉴스를 검색해 봤다. 새해들어 2월 3일 오전까지 희망이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건수는 5만6962건이었다. 희망의 반댓말이 아니지만, 워낙 위기란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여서 위기란 말이 들어간 기사건수도 찾아봤다. 5만4335건의 기사에 위기가 언급돼 있다. 우리 사회의 온갖 것들이 뉴스로 집약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사회는 2016년 새해를 희망 못지 않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5년 같은 기간은 어땠을까? 희망이 4만8730건, 위기가 4만6561건이었다. 작년이나 올해 한국사람들의 새해를 희망 못지 않게 위기로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는 위기에 방범이 찍혔다. ‘더 강한 도약을 위한 담금질의 시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선제적으로 변화’ 등 위기를 상수로 놓고,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기의식을 갖는 게 위기극복의 첫 단추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 있다.

희망보다 위기가 강조되는 요즘, 또 다른 새해가 온다. 음력설 양력설을 두 번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가 낭비라고 한때 금지된 적도 있다. 구정이라는 자기비하적인 명칭으로, 전두환 정권때는 ‘민속의 날’이란 어색하기 그지 없는 이름으로, 설날을 설이라고 부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두 번 새해가 어색하지만, 양력 새해 결심을 이어가지 못한 이들에게 또 다른 새해는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가 안 좋으면 귀성객이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 당연한 얘기인 듯 한 데, 올해는 귀성객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900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설 연휴 전일인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에서 총 이동인구는 3645만명으로 작년보다 2.7%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설 당일에는 790만명이나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귀성객 증가는 경기와 상관관계보다는 긴 연휴에 답이 있는 듯 보인다.

어렵다고 하지만 설은 설이다. 귀향의 기분마저 위기로 휩싸일순 없다. 설기분의 유통기한이 고작 닷새정도지만, 숱한 이들의 귀향, 그리고 이어질 귀성에서 또 다른 음력 새해가 밝아온다.

위기라지만 설 연휴를 앞둔 오늘, 희망을 말할 때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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