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2주 정도 앞둔 지난달 29일, 출근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이였지만 창원천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마산자유무역지역은 북적였다. 크고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어 평소에는 9시가 넘어가면 오가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지만, 이날만큼은 몰려드는 사람과 차량 행렬로 가득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의 터줏대감인 삼양옵틱스가 마련한 집들이에 서울에서, 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손님만 300명이 넘었다.
삼양옵틱스는 DSLR 및 미러리스 카메라 등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쓰는 전문 렌즈를 제조하는 글로벌 광학 전문기업이다. 카메라 왕국 일본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는 일반 제품, 그리고 독일의 위상이 높은 전문가, 영화용 렌즈 시장 한가운데서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4년 515억원, 그리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올린 248억원의 매출의 95%가 내수가 아닌 수출로 기록한 것은 삼양옵틱스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일본의 캐논, 소니, 토키나, 독일의 자이즈 등 이름만으로도 100년 역사가 느껴지는 기업들과 43살 중년이 된 삼양옵틱스가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마니아들 사이에서 삼양옵틱스는 ‘삼짜이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독일 자이즈에 버금가는 성능의 렌즈를, 싼 가격으로 만들다보니 자발적인 ‘팬덤’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이해진 연구소장 상무이사는 “제품 기획부터 구매와 설계, 생산까지 ‘코스트(비용)’을 중점에 두고 있다”며 “올해는 여기에 품질까지 더했다”고 강조했다. 가성비 좋은 ‘삼짜이즈’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 촬영 감독들이 앞다퉈 사가는 최고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날 집들이를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신공장은 이런 도전의 출발점이다. 삼양옵틱스는 신공장을 통해 지속적인 글로벌 수주량 증가에 대응하고, 원재료 입고부터 가공, 연마, 코팅, 조립, 출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생산 및 물류 체계를 구축, 질적 향상까지 노리고 있다. 황충현 대표는 “신축 공장은 향후 삼양옵틱스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고사양, 고품질의 카메라 렌즈를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 세계 시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출발도 순조롭다. 지난해 선보인 전문가용 영화 렌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영화 촬영 감독들이 먼저 연락해와 구매를 타진할 정도다. 또 스마트폰 덕에 한 때 주춤했던 카메라 시장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세로 접어들었다. 올해 새로 선보일 자동초점(AF)렌즈가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는 점도 삼양옵틱스에게 큰 희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공장 가동률은 85% 수준에 이른다”며 “렌즈 제조 특성 상 전문 기술자들의 손이 많이 가기에, 사실상 100% 풀 가동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설 연휴에 하루를 더해 나름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는게 다행일 정도다.
외부에 쉽게 공개하지 않는 삼양옵틱스의 렌즈 제조 라인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조그마한 먼지도 허락하지 않는 렌즈 생산 라인에는 방진복으로 중무장한 인력들이 집중해 쉴 새 없이 렌즈를 다듬고 가공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세척 등 일부 공정은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렌즈와 렌즈를 붙이고, 또 작은 흠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일 등은 아직도 사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공정 경력만 10년 이상인 전문가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또 그러기에 중국이나 후발 기업들이 아직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연구소장은 “사업 다각화나 제품 종류를 단기간에 늘릴 계획은 없다”며 “카메라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뒷받침하는 렌즈 제품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최고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 상승보다는, 소비자에게 렌즈를 통해 즐거움을 전해주는게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