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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짖음과 갈등보다 격려와 화합으로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각지에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척 뿐 아니라 동향의 친구들까지 만날 생각에 이미 고향에 도착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이동 중에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명절은 며느리, 실직자, 혼기 늦은 아들딸에게는 정서적ㆍ육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신체적ㆍ정신적 증상을 총칭해 ‘명절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증후군의 대표적인 신체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되거나 구역감ㆍ식욕저하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나 두통과 어지러움 등 신경계 증상이 있고, 정신적 증상으로는 불안ㆍ두근거림ㆍ답답함ㆍ불면ㆍ초조ㆍ걱정ㆍ무기력감 등 이 있다.

명절에는 평소에 접촉이 드물고 잠시 통화하던 가족들과 친지들을 만나 비교적 긴 시간 함께 보내게 되므로 예상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게 된다.

우선 사회적으로 평등한 노동과 대우를 받던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도맡다시피 해야 하므로 여성들에게는 불쾌감과 좌절감을 겪

는 시기이다.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명절 전에는 사회적ㆍ문화적으로 유사한 사람과 어울리다가 명절을 계기로 세대나 지역ㆍ직업 등에서 이질적인 친척들과 어울려야 하면서 대화의 소재나 관심사를 나누기 어려운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불편감을 겪기도 한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족 내 재산 분배나 경제적 도움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첨예한 갈등과 충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평소에 상대에 막연하게 갖고 있었지만 표현하고 있지 않던 불만이 폭발하게 되면 명절은 매우 큰 스트레스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세계적 불경기의 여파로 취업난, 실직, 기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마음이 더욱 과민해지고 가족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명절증후군’에 대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같은 명절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심리적인 준비를 하고 귀향길에 나서야 할까.

가족, 친지들과 모인 자리에서는 무심코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아직도 취직 못했니?’, ‘결혼은 언제하니?’ 같은 말들은 구직자나 미혼남녀에게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만, 듣는 당사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런 말들을 피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라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취준생(취업준비생) 이모(30)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공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번 설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고향의 부모님도 아쉬워 하시지만 그러라고 하셨다.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 사이에 이전부터 갈등이 있었다면 명절 기간에는 가급적 이를 언급하지 않고 명절 이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미루는 것이 낫다”며 “대신 명절 기간에는 가족, 친지끼리 지난 1년 간 좋았던 일, 어려웠던 일을 모두 같이 나누고 좋았던 일은 함께 기뻐하고 어려웠던 일에는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희망을 주며 새해에 대한 기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배를 하면 어른들이 덕담을 해 주는 풍습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날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고,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년 내내 그러하다고 믿어왔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행복한 상황을 끌어당긴다’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정 교수는 “명절에 모여서 얼굴을 보고 차례를 지내는 것을 넘어서서 가족내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을 찾아내고 함께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족이 함께 노래방을 가거나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을 찾아서 자녀에게 교육적이면서도 노인에게는 운동이 되는 문화활동을 공유해야 명절 증후군이 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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