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장) |
공급과잉의 진원지인 중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내 상장 철강업체 27개사 중 20개 기업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 철강 상장사의 70%가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환경문제, 설비과잉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 등을 반영하여 중국 정부도 대대적인 철강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지난 4일, 중국 국무원에서는 ‘철강산업 과잉능력 해소 및 곤란 탈출 발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감산, 생산중단,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펀드조성,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Bad Bank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정책과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1억~1.5억 톤의 조강능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구조조정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산업구조 재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구조 재편은 차제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높이기 위한 변화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국내 철강업계의 본격적인 재편에 다음 세 가지 전제는 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은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과 체력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몸집 줄이기로 끝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기술을 접목한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조기에 실현해 내야 한다. 구조조정이 이를 위한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와 확신을 가져야 한다. 당사자간 이해관계 상충이 ‘기업활력제고와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조정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철강산업을 둘러싼 생태계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분업과 전문화의 큰 테두리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기업과 유통기업 그리고 철강내 판재류, 봉형강류, 강관과 특수강 등 각 부문산업이 공존하면서 글로벌 경쟁압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보다 견실하게 갖추어 나가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철강경쟁은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간 경쟁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비단 우리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이다. 절실함이 있으면 방법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