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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세대 주택 거래량 늘었다…“적은 대출로 전세→매매 부담없어”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해 12월 결혼한 회사원 최경민(31) 씨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빌라를 신혼집으로 마련했다. 투룸에 욕실 하나를 갖춘 40㎡(전용면적) 크기의 신축빌라다. 분양가는 2억원을 주고 들어갔다. 아파트에 대한 미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초기 주거비 부담 등을 생각하면 아파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려면 적어도 3억원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고 앞으로 전세 때문에 시달리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 풍년’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아파트의 매매 거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다세대ㆍ다가구는 오히려 거래가 더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 씨가 그랬던 것처럼, 아파트 대신 빌라로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아파트의 매매거래는 대출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크게 줄었으나, 다세대와 다가구주택은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중심으로 불거진 전세난에 지친 주택 수요자들이 꾸준히 빌라 등의 일반주택 매입에 나선 결과다. 사진은 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전국에서 연립ㆍ다세대주택은 1만2411건, 단독ㆍ다가구주택은 1만259건 거래됐다. 1년 전 같은 달과 견주면 거래량이 각각 2.1%, 5.3% 증가한 수준이다.

단순히 이 수치만 보면 크게 늘어났다고 볼 수 없으나, 아파트의 상황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파트 거래량은 5만7418건(작년 1월)에서 3만9695건(올 1월)으로 30.9%나 쪼그라들었다. 주택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거래는 주춤했으나 비(非)아파트는 나름대로 선방한 셈이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지난해 말부터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부가 올해부터 대출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기준금리마저 인상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시장 수요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반면 다세대와 다가구주택의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아파트 중심의 전세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빌라나 다가구주택에 수요가 몰렸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아파트 중심의 전세난이 다세대와 다가구주택의 매매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다세대ㆍ다가구 거래량은 최근 5년간 1월 거래량 평균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립ㆍ다세대는 44.9%, 단독ㆍ다가구는 56.9% 거래량 규모가 불어났다. 아파트는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에서 빌라는 2억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기에 아파트의 대체재로 선택하는 수요가 많았다”며 “대출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고도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탈 수 있어서 이번달부터 시작된 담보대출 심사 강화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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