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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보대신 보안’ 택한 애플 비난할수 없는 이유
‘안보’와 ‘보안’을 두고 미국이 시끄럽다. FBI(미 연방수사국)와 애플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일이다. 지난 12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벌어진 무슬림 부부의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LA 연방법원은 애플측에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 기술을 지원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애플은 단호하게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FBI의 수사는 선의에서 비롯됐지만, 이 명령을 수용하면 수많은 시민의 자유가 파괴된다”고 밝혔다.

FBI가 법원에 도움을 청한 것은 아이폰의 보안체계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6자리 암호설정이 된 아이폰 잠금을 풀려면 144년이 걸린다고 한다. 잘못된 번호를 입력하면 지연시간이 발생하고, 10차례 이상 잘못 입력하면 자료가 삭제되는 기능도 있다. 수사당국으로서는 테러범의 전화를 들여다볼 방도가 없었다.

미 백악관과 FBI는 애플의 명령거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플이 우려하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테러범의 아이폰만 들여다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러범을 일반 이용자와 똑같이 보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극우진영의 도널드 트럼프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IT업계는 애플의 입장을 지지한다. 쿡 CEO의 말처럼 ‘단 한번’이라도 암호를 풀어줄 경우 전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른 국가가 요구해올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종종 통제하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이란 등도 ‘암호해제’를 요구할만한 나라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반체제 인사 등을 탄압하고 조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의 제1 덕목이다. 고객정보제공에 협조하는 순간 이들은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자신의 정보가 ‘수사상 필요’라는 이유로 국가기관에 제공되고 있다면 누가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겠는가. 불과 2년 전 사이버 망명사태를 불러왔던 우리나라의 ‘카카오톡 감청논란’이 그 좋은 예다. 조사를 이유로 사건과 관계없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사기관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은행, 보험사 등이 수집한 온갖 개인정보가 선거판으로, 홍보매체로 불법거래되는 우리 현실에서 ‘애플의 소신’은 일견 부럽기까지 하다. 시민을 위협하는 테러를 막겠다며, 개인정보에 손을 대는 것은 더 많은 시민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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