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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별노조 위기, 시대흐름 맞는 새 방향 모색할 때
발레오전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산업별 노조(산별노조) 중심의 국내 노동운동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게 됐다. 개별노조 소속 지부ㆍ지회는 원할 경우 상급단체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요지다. 산별노조 조직유지의 필요성 못지 않게 노동자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로 기존 노동계의 조직력과 교섭력, 단체행동권이 약화될 개연성은 매우 높아졌다.

이같은 결과는 노동계 스스로 자초한 면이 적지않다. 산별노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실시되며 고용이 불안정해지자 노조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그 취지는 점차 변질돼 갔다. 근로자의 권익 증진이란 당초 목적보다는 상부 조직의 이해와 정치적 목적이 우선하는 행태가 잦아진 것이다. 이로 인한 현장 조합원과 갈등은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발레오전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경비업체 외주 문제로 상급노조인 금속노조가 결정한 파업으로 회사가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낀 이 회사 조합원들은 무려 97%의 찬성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3000억원선이던 이 회사 매출은 기업노조 전환 후 5000억원대로 늘었다. 그러나 산별노조에 일단 가입하면 상급단체의 행태가 불만스러워도 탈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산하 지부와 지회는 단독 노조가 아니라 산별노조의 한 조직에 불과해 상급노조 지도부가 탈퇴를 허락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이번에 바로 잡은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3년 연속 파업에 시달리던 상신브레이크는 산별노조에 의한 잦은 파업에 염증을 느끼고 2010년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그러자 매출이 급증했고, 주가도 두 배이상 뛰었다. 산별노조를 벗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 역시 기업노조로 바뀐 뒤 권익이 한층 향상되는 효과를 누리며 만족하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10여개 이상의 기업노조가 산별노조 탈퇴를 결의한 가운데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발레오전장의 판례로 보아 대부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행 산별노조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가입과 탈퇴는 노동자의 자주적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 노동계도 이번 판결을 위기로만 여겨선 안된다. 차제에 지금의 노동운동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냉철히 점검해 봐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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