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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마이너스금리의 숨은 뜻… -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초유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 몇몇 국가에서 산발적으로 적용되고 있던 마이너스 금리를 이웃 일본 중앙은행이 은행의 여유자금 적립 부분에 대해 적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구로타 총재는 시장의 반응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나자 같은 노선의 추가적인 조치를 강구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이 더욱 높아지는 듯하다. 이 모든 논의와 정책적 시도 모두가 세계경제 및 해당국 경제의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정책적 의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여기서 마이너스 금리가 단기적인 경제 및 경기 상황에 가지는 의미보다는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더 장기적인 경제성장 및 산업발전에 대한 함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생활 속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남의 돈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어딘가 투자할 곳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것이 보통이다. 어딘가 투자할 곳이 있다는 말은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만한 사업이 포착되었다는 말과 같은 뜻일 것이다. ‘새로운 사업’은 기존 기업들이 포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 즉, 창업기업들이 포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금리 수준은 어쩌면 그 나라에서 사업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모든 것이 풍족하게 갖추어진 ‘늙은 경제’의 길을 걷고 있는 유럽 몇몇 국가들과 일본 등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기회가 포착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장기적인 경제개발 혹은 이른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담보하려면 나라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즉, 새로운 사업기회가 계속 열려나가는 경제야말로 역동성 있는 경제가 되고 이렇게 역동성 있는 경제에서는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계속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비교해 보면 훨씬 이전에 선진국화의 길을 걸으면서 비슷한 성장 궤도를 달려온 미국과 유럽 경제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및 재정위기라는 비슷한 경제 위기를 겪고 난 이후 현저하게 경제성과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에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면서 경제회복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미국에서, 특히 실리콘밸리, 바이오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수많은 신산업이 창출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어 지금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유럽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대부분 국가들의 실업률이 10% 수준 그리고 청년실업률은 20%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어온 일본이 아베노믹스라는 기치 하에 매우 강도 높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해 왔지만 초기에 반짝했던 경제회복 기운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역동성 상실’ 때문이 아닐까? 이른바 세 번째 화살이라고 명명한 경제구조개혁 조치야말로 경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고자 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어 온 셈인데, 이것이 기존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것이 일본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일컬어지면서 세계적으로도 그 역동성이 높이 평가되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산업이 태어날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데다가 경제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져 버린 ‘스태틱 코리아’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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