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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잉의전’에 몸살앓은 공천 면접장
“무슨 면접인가? 그것 때문에 빌딩 전체가 몸살이네! 몸살이야. 주말 내내 차가 꽉꽉 막혀서 입주민들 원성이 아주 자자했어요. 주말에는 지하 주차장도 안 여는데 다들 차 한 대씩 가지고 와서 전부 빌딩 1층 문 앞에 세워두려고 하니 그게 안 엉키고 배기느냔 말이야. 오늘은 또 어쩌려나 겁이 나네”

지난 22일 새누리당 당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만난 입주민 A씨의 원성이다.

새누리당이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20대 총선 수도권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하면서 한양빌딩은 난데없는 ‘주차난’과 ‘교통난’에 시달렸다.

면접을 보러 온 현역의원과 유력 정치인(청와대 참모 출신 등)들이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자랑하듯 저마다 덩치 큰 세단을 몰고 오면서다.

문제는 ‘우리 의원님’ 혹은 ‘우리 후보님’을 찬바람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보좌진의 과잉의전 때문에 더욱 커졌다.

레고 블록 쌓듯 빼곡히 채워야 대형 승용차 20여 대가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주차장은, 1층 현관 입구 앞으로 꾸역꾸역 몰린 자동차들이 입구를 막으면서 명절 귀성길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잠시나마 ‘을(乙)’의 입장에 서서 피 말리는 면접을 치르고 돌아온 정치인들은, 다시 ‘갑(甲)’이 되어 색다른 경험에 지친 몸을 뒷좌석에 실었을 테다.

이른바 ‘정치개혁’ 위한 거대여당의 공천 신청자 면접장이 과잉의전 등 구태정치를 반복하는 전시장이 된 셈이다.

이쯤 되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좋은 경험이었다”는 참석자들의 소감이 허망하게 들릴 정도다.

올해 처음 시작되는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 과정에서 ‘우리 정당사에 혁명으로 남을 것’이라는 자화자찬보다 ‘마음가짐 먼저 가다듬자’는 자성이 듣고 싶은 이유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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