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대호
육당 최남선은 우리나라를 호랑이 이야기가 넘쳐나는 ‘호담국(虎談國)’이라 했다.

선사시대 이후 백성들은 산중영웅 등으로 부르며 그 용맹성이 고을을 지킨다고 믿었다. 고분에도 백호는 수호신으로 새겨졌다. 일제의 오금을 저리게 한 호국 의병장 신돌석의 별명은 호랑이였다.

호원사 설화 속 호랑이는 사랑과 의리의 상징이다. 인간을 연모하던 호랑이가 그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이야기이다. 호랑이는 목에 걸린 가시를 빼준 인간의 은혜에 보답하기도 했다. 곶감이 무서워 도망친 호랑이는 빈틈이 많아 보여 친근하다.

동명의 영화개봉과 함께 진행된 ‘대호’(大虎)’전(서울미술관)에서도 호랑이의 다양한 면모가 전해졌다. 김홍도가 호랑이를, 강세황이 소나무를 그린 ‘송하맹호도’에서 호랑이는 순수하면서도 총명해 보인다. 재앙을 물리치는 그림이다.

박지원은 ‘호질(虎叱)’에서 “착하고 성스러우며, 지혜롭고도 인자하며, 엉큼스럽고 날래며, 세차고 사납기가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다.

일제도 호랑이를 무서워했다. 의병 진압에 늘 호랑이가 걸림돌이었다고 한다. 결국 총독부가 직접 ‘정호군(征虎軍)’을 꾸려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고, 호랑이 고기를 먹는 정치쇼까지 벌였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2일 일제가 한반도에서 사냥한 호랑이를 박제한 것이 지금도 교토의 한 학교에 남아있음을 고발했다. 일본 제국주의 야욕이 새삼 일깨워져, 치가 떨린다.

20세기 일제의 침략은 아시아 태평양 외교의 ‘상수(常數)’이다. 박제된 것일 지언정 한국 호랑이를 돌려받는 일은 당연하며, 그 외교적 요구는 당당해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방치하면 지금도 정권을 잡고 있는 아베 총리 등 일제 후손은 우리의 마음과 정치 경제 영토를 갉아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