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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경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일자리 늘리는 산업 키워야 경제 산다
돈풀어도 소득증가·소비회복 부진
소비·투자활성화 위주 접근 필요
새로운 수요창출 공급정책 절실


한국 경제가 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가 추락하고 있지만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정부의 법안은 정치의 벽에 가로막혔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된 채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 규제개혁을 약속했던 정부는 ‘규제 총량 줄이기 도전’이 버거웠는지 인터넷에서 각 부처별로 제공하던 ‘규제 총량 정보’ 공개를 아예 중단했다.

대한상의,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7개 경제단체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23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민관합동 설명회’를 가졌다. 원샷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설명회에는 대 ㆍ중소기업,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회사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관계자들이 설명회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헤럴드경제는 위기의 한국경제를 진단하면서 저성장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3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심각한 위기=한국 경제는 2011년부터 저성장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연 평균 8%가 넘었던 한국 경제성장률은 부침을 보이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5%대로 조정된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3%대로 쪼그라들게 됐다. 2011년 3.7%로 떨어진 뒤 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 등 연 평균 3%를 밑돌고 있다. 이는 2014년을 제외하고는 세계 평균 성장률을 하회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3%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분석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성장률이 2.6%대에 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위기의 심각성은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데 있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제조업의 재고지수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104.3을 가리키던 재고지수는 2011년 119.9, 2012년 125.1, 2013년 130.6, 2014년 128.3, 2015년 133.8로 완연한 상승 추세다.

돈을 풀어도 돈이 실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며 시중에 돈을 풀었지만 작년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1로, 전분기 보다 0.01% 포인트 하락했다. 역대 최저치다. 통화유통 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통화량(M2)으로 나눈 지표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통화가 평균적으로 몇 번 사용됐는지 보여준다. 1990년 1.51에 달했던 통화유통 속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0.76∼0.78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2014년 이후엔 0.74를 밑돌고 있다. 돈을 푼다해도 소득 증가와 소비 회복, 투자 증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3%대를 유지하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이후 3.2%대인 잠재성장률이 올해부터 2.7%대로 떨어지고, 2021년 이후엔 2.3%대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의 원인=저성장 국면에다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패턴을 볼 때 한국경제가 20년 전 침체기에 빠졌던 일본 경제와 빼닮았다는 분석을 낳는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3%미만 저성장을 지속 중이다. 이는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실정과 맞아 떨어진다. 일본은 19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부진이 나타나게 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국, 일본 등과 주력 산업 포트폴리오가 중복돼 경쟁이 격화된 것이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12년 중국에 조선부문 1위 자리를 내준 한국은 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며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철강부문의 위상도 쪼그라들었다. 이 시장 상위 10대 기업 중 6곳이 중국기업이고, 2곳이 일본 기업이다. 한국 국적의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두 나라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포스코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일본은 장기침체를 겪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소재와 핵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주요 재료인 ‘실리콘웨이퍼’의 경우 70%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 전자제품 세계시장 점유율은 21%에 이른다. 특히 액정화면 필수소재인 ‘편광판 보호필림’은 일본이 세계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이지 못하고 추격 당하는 신세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에 우위를 보이던 가격경쟁력도 잃었다.

특허출원 상황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2014년 기준 특허출원건수 세계 톱 50위 기업을 보면 일본기업이 18개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기업은 6개사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은 3곳으로, 5위에 그쳤다.

엔저와 중국의 저성장으로 대외 무역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3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설땅을 잃은 산업이 즐비하다”며 “규제로 인해 고사위기에 놓인 산업을 회생시키고,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산업을 발굴해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직업의 종류는 일본의 68%, 미국의 38%에 그친다”면서 “돈만 푸는 식의 재정확대 정책이 아니라 직업 수를 늘리는 등의 새로운 공급정책이 있어야 경제가 부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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