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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앞에만 서면 울렁 울렁사회공포증 극복하려면…
혼자 고민하기보단 적극적인 치료 중요미리 불안해 하는 ‘예기불안’ 적절할땐 효과더 극단적 상황 가정도 증상완화에 도움
혼자 고민하기보단 적극적인 치료 중요
미리 불안해 하는 ‘예기불안’ 적절할땐 효과
더 극단적 상황 가정도 증상완화에 도움



#중학생인 이모(14)군은 국어시간에 일어서서 교과서를 읽던 도중에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뛰고 목소리가 떨려서 친구들이 웃는 경험을 했다. 그 후 수업 시간이면 읽기를 시킬까 봐 불안하고 남들 앞에 나서서 무엇을 발표해야 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반복하게 됐다. 매사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학교에도 가기가 싫어졌다. 발표를 시키는 과목이 있으면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을 하는 일도 잦아지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심한 긴장과 불안을 느껴 어떻게 해서라도 그런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를 두려워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창피하고,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진다. 대중교통을 타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를 몰라 외출을 피하고 만원인 버스, 전철을 이용하기보다는 택시만 타야 한다. 스스로 강한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기를 원치 않아 상황을 피하다 보면 사회 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에 실제적인 피해를 주는 사회 공포증은 100명에 2~3명은 가지고 있는 흔한 문제지만, 혼자 고민하며 힘들어 하기 쉽다.


사회 공포증 원인과 증상은=개인의 성격을 크게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으로 나눈다. 여러 사람 앞에 설 때 외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남들을 관찰하나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남들에게서 관찰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신적 에너지를 화살로 비유한다면 여러 사람 앞에 설 때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을 향해 활을 쏘는 입장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화살을 맞는 것 같은 상황이다.

환경적인 영향으로는 부모의 태도가 어떤 사안에 대해 거절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지나치게 과잉보호 성향이면 나타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되면 대인 관계에서 늘 긴장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성격이 생기게 된다. 과잉보호 환경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르지 못하고 결정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사회 공포증은 주요 증상에 따라 자율 신경계의 증상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적면 그룹’과 자기의 시선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불안해하는 ‘시선 그룹’으로 나뉜다. 적면 그룹의 증상은 대인 긴장, 적면, 손 떨림, 목소리 떨림, 연하 곤란, 발한 등이며, 시선 그룹의 증상은 자기시선공포, 타인시선공포, 정시(똑바로 쳐다보기) 곤란 등이다.

학교나 직장 생활에서 긴장이 지속되며 식사시간에는 손이 떨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까 봐 긴장하고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는 시선을 어디에 둘까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하루의 생활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이 되면 기진 맥진하고 잠 잘 때만이 편안한 시간이고 다음 날이 온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마냥 숨는다고 해결되지 않아=사회 공포증을 겪고 있는 이들은 주로 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괜찮은 척 하려 하고 시선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짙은 화장으로 얼굴색의 변화를 가리기도 한다. 두려운 상황에 부딪히기 전에 술이나 약물을 복용해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에 빠지며, 자신의 외모가 추한 것이 원인이라는 생각으로 성형 수술을 하거나 성격개조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이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약 75%가 휴학이나 휴직을 고려한 적이 있고, 실제로 약 1/3은 이 문제로 실제 휴학이나 휴직을 한 경험이 있었다. 또 10%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고 약 5%에서 사회 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선을 밖으로 돌리자!=사회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기불안’은 어떤 일이 미래에 일어날 것을 예상하며 미리 불안해하는 것을 말한다. 적절한 예기불안은 어떤 상황에 대해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불안이 더 커지면 집중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교통사고에 대한 적당한 예기불안은 안전 운전을 돕지만 도가 지나치면 운전을 두려워 못하게 된다.

조성진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예기불안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 강도를 줄이고 유용한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치료적 대처방안”이라며 “예기불안이 너무 장기화되고 강하면 항불안제를 사용해 경감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회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역설적 의도’가 있다. 적면 그룹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럴 때 오히려 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 더 붉어지면 사람들이 다 나를 볼텐데 창피하다며 당황할 때 마음 속으로 “얼굴이 더 빨개지자! 빨간 사과가 되도록 하자”라고 되 뇌인다. 이러한 역설적 의도는 더 빨개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에서 마음을 해방시키고 얼굴이 더 이상 붉어지지 않게 한다. 특히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이들은 시선의 외향화 훈련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면 그 전동차 칸에 남녀가 비율이 어떤지, 연령대는 어떤지, 사람들을 보며 표정이나 옷차림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판단을 하는 방법이다.

때로는 극단적으로 투명인간이 됐다고 상상하고 남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하고 주변을 관찰하는 것은 관찰 당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경험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특히 시선그룹에 도움이 된다. 외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

조 교수는 “사회 공포증은 외부의 대상에 자신의 가치 평가를 의지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권위주의적 문화와의 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권위적 문화는 권위가 부여된 사람에게 가치를 판단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거기에 따른다는 것으로 자존심을 스스로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의 평가에 의지하게 되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위험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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