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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끓어오른다, 중국 茶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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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역사와 함께한 茶문화 ‘세계 생산량의 40%’…
차마고도 회복의 꿈 안고 지구촌 입맛 공략 채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중국에서 치맥(치킨+맥주) 인기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더라고요.”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한국의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분에 한국의 치맥 문화가 중국에서 인기라고 했던 것이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열기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식문화와 관련지어 추정했다. 치킨은 시원한 맥주와 곁들여야 제맛인데, 중국은 맥주도 미지근하게 먹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맥주업계에서는 맥주를 최대한 미지근한 온도로 유지하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사진=게티이미지]

중국인이 이처럼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수질이 꼽힌다. 곳곳마다 청정수가 흘러나오는 우물이 넘쳤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물이 적은 대륙의 특성과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에 물 속에 석회질과 중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안전을 위해 물을 끓여마시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질 문제는 또 하나의 식문화를 파생시켰다. 바로 차(茶) 문화다. 중국은 물을 마시기 위한 보조제로 차를 끓였고 덕분에 ‘차 문화의 발원지’가 됐다.

중국은 오늘날에도 지역에 따라 여전히 음용 식수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만, 차 문화는 그와 무관하게 보편적인 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느 공공장소에나 차를 우려마시기 위한 끓는 물이 준비돼 있고, 한여름에도 플라스틱 물병에 차를 담아 들고 다니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의 굴기와 함께 차문화 역시 굴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123RF]

중국 역사와 함께 한 차 문화… 중국과 함께 굴기하나

중국 차문화는 묘하게도 중국 국력의 흥망성쇠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 차 문화의 기원은 무려 2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에 차 재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있고, 올해 초 전한(서한)의 6대 황제인 경제 유계(B.C 157~ B.C 141)의 무덤에서 차를 마신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왕조를 거쳐 청나라 때 크게 번성했지만,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전쟁에 지면서 무너졌다. 그러나 주춤했던 것도 잠시, 개혁개방정책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현대에 들어서는 다시 완전히 부활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국 곳곳에 관련 학회가 생겨나 차나무 품종 개량부터 제다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학술적 연구로 차 문화를 더욱 전파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덕분에 차 문화 종주국의 지위도 여전하다. 중국 관영 통신망 중궈왕(ECNS)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기준으로 차밭의 넓이가 270만 헥타르이며, 20만개의 회사와 3000만명의 농부가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한해 생산규모는 3500억 위안(66조1700억 원)인데, 이는 세계 전체 생산의 40%다. 그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된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커피 열풍은 중국 시장에도 침투하고 있다. 특히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를 중심으로 커피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커피 시장 성장률은 한해 약 16% 정도로 이는 전세계 평균 성장률인 2%를 훌쩍 웃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이는 기존의 커피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며, 아직까지도 현지에서 커피의 기세는 차에 훨씬 못 미친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들 역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커피 대신 차를 메뉴로 내놓을 정도다.

중국은 이제 오히려 차 문화를 세계로 더욱 확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차 생산이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에,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차 문화는 이미 기원전부터 세계로 뻗어나갔다. 실크로드보다 앞선,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로 불리는 차마고도(茶馬古道)가 그 증거다.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중국 상인들은 보이차의 고향인 윈난성(云南省)과 쓰촨성(四川省) 등 서남부에서 티베트, 인도에 이르는 이 길을 따라 다니며 차 문화를 세계에 전파했다. 전성기 때는 유럽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의 차마고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맞물려 있다.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일대일로를 처음 주창하며 “차(茶)가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물자였는데 앞으로도 주요한 교역물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중국 차기업인 롱런그룹의 대표 지아오 지아량은 “일대일로는 단순히 고대 실크로드를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차마고도를 회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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