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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결국 수출도 사람이 살린다
2월 수출도 저조했다. 수출액은 346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2% 줄었다. 올 들어 두 달 연속, 지난해를 합치면 14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역대 최장 마이너스 성장 기록도 훌쩍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13개월이었다. 감소폭은 최근 3개월 연속 두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인 교역 1조 달러 회복은 불가능하다. 최근 4년 연속 교역 1조 달러 달성 기록은 지난 연말에 깨졌다. 

사실 세계경제 침체에도 최근 몇 년 간 우리 수출은 잘 나갔다. 2014년에는 수출액 5731억 달러, 무역흑자 474억 달러, 무역규모 1조988억 달러로 ‘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기자가 세종 근무를 시작한 지난해 초만 해도 정부의 수출전망은 장밋빛이었다. 연간 수출액 목표는 6000억 달러로 잡혔다. 자유무역협정(FTA)효과에다 미국경제 활력회복, 그리고 무엇보다 유가안정이 낙관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한 달도 못가 빗나갔다. 마이너스 행진은 어느새 익숙해져 연말을 넘겨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가까이는 지나친 낙관, 좀 더 멀게는 구조적 취약점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 경기와 유가에 취약한 주력 품목 수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말만 무성했지 대책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대체할만한 산업도 제때에 찾아 내지 못했다. 화려한 ‘수출입국’의 뒷골목은 여전히 초라하다. 300만개 중기(中企) 중에서 수출가능 기업은 고작 3% 수준이다. 거칠게 말하면 고도성장 중국 덕에 10년 이상 대기업 위주로 쉽게 먹고 산 뒤끝 아닌가.

지난 연말에 만난 왕년의 종합상사 맨의 푸념이다. “수출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인데…언제부턴가 수출에 땀내음, 거름내음도 안나고 재계 꼰대도 없더라.”

그런데, ‘매기효과’일까. ‘불도저’로 통하는 주형환 장관이 취임하면서 동분서주하자 달포 만에 수출전선에 긴장감이 감돈다. 다행스런 일이다. 주 장관은 최근 기자단 상견례 간담회에서 “수출 품목, 시장 주체, 방식과 지원 체계를 전면 혁신하겠다”고 했다.수출기업 확대, 규제해소, 신산업 플랫폼 구축 등 새 전략도 소상하게 밝혔다. 

딱 두 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수출기업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출 백병전’을 펼치자. 1억 달러(1200억원) 1만개면 1조 달러 수출도 가능하다. 주목할 것은 중견기업이다. 대기업 수출은 -11%, 중소기업은 -6%였지만 중견기업은 난항에도 오히려 3.2% 늘어났다고 한다. 부품소재나 소비재로 경쟁력을 키운 결과다. 이들 기업에 R&D 지원을 충분하게 하고 온-오프 양면의 판로도 적극 개척해주자. 또하나, 신산업 부문 규제만큼은 민간이 판단하도록 하자. 그래야 풀린다.

이참에 산업 자동화로 착시현상은 없었는지, 어느 샌가 ‘김우중 정신’과 ‘이건희 카리스마’를 까맣게 저버린 건 아닌지, 기계적인 밀어내기 수출의 매력과 편의에 홀려 사선을 넘나들며 동구권을 공략하고, 열사의 중동을 파고들던 투혼을 걷어차진 않았는지 한번쯤 되돌아 보는 건 어떨까.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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