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계 4세 경영시대] 박정원 두산 회장의 화수분 리더십 두산을 구할까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작년 가을 야구의 승자는 의외였다. 정규리그 5연패를 하고, 코리안시리즈 5연패를 노렸던 최강 삼성라이온스의 상대는 정규리그 3위에 그친 두산베어스였다. 한국시리즈 승자는 두산이었다. 14년만에 승리를 만끽한 작년 10월 마지막 밤, 두산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은 눈물을 흘렸다. 구단주로 첫 우승이었다.

두산 오너일가의 야구 사랑은 유난하지만, 박정원(54) 차기 두산그룹 회장 말 그대로 야구광이다. 그는 한시즌에 두산베어스 경기를 20회 정도 직접 본다. 구단주로는 가장 자주 야구장을 찾는다.야구장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곳은 VIP 석이 아니다. 일반석에서 경기 내내 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 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다.


고려대 재학시절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를 맡기도 했던 박 회장은 경영에 야구를 접목시키기도 했다. 박 회장은 “기업의 성과는 특정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이런 팀플레이가 만들어내는 성과가 훨씬 크고 지속적”이라면서 “야구도 팀 스포츠인 데다 여러 기법의 통계와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활용되는 등 경영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야구에서 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얻으려 노력한다는 얘기다.

박 회장의 경영철학은 두산베어스 선수 육성시스템에서도 묻어난다. 일명 ‘화수분 야구’다. 역량있는 무명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는 두산만의 전통이다.

박 회장은 이제 두산그룹 총수로 등판한다. 두산그룹 총수는 창업주 3세대인 박용만 회장에서 박 회장의 장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바뀐다. 4세 경영은 재계에서는 처음이다. 두산그룹으로서는 형제경영시대가 막 내리고 장자경영시대가 열린 셈이다. 박 회장 개인으로서는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31년만에 그룹 총수직에 오르게 된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창업주의 맏손자이자 3세 중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산은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된 국내 최장수 대기업이다. 두산은 박두병(2세) 초대회장과 그의 장남 박용곤(3세) 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이 승계됐다. 이후부터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다섯째인 박용만 회장까지 5형제가 차례대로 그룹 회장을 맡았다. 창업이 빨랐던 만큼 4세가 그룹 수장에 오르는 시기도 빠르다. 두산가의 장손인 박정원 회장의 총수직 승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흘러나왔다. 박정원 회장은 오너 일가 4세 중 가장 연장자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최대주주(6.29%)이기도 하다. 박용만 회장의 지분(3.65%)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19%)보다도 적다. 이에 박회장은 두산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1순위로 꼽혀왔다.

그룹을 물려받은 상황은 가시밭길이다. 두산그룹은 주력 사업 부문 정비 등 여러 가지 큰 도전을 시작해야하는 실정이다. 두산 내부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박회장을 적임자로 꼽는다. 그는 이미 ㈜두산 부회장,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한바있다. 박정원 회장은 25일 두산그룹 총수로 정식취임한다. 박 회장이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위기의 두산을 상대로 어떤 승부사기질을 발휘할지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 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