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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에 빠진 중국… 전인대 키워드 6가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중국 정부는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성장세는 떨어졌는데 인민의 생활 수준 향상과 군사 굴기는 이루고 싶고, 공급 부문 개혁과 부채 축소가 불가피하면서도 성장률 감소세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 자칫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제시된 4가지 키워드는 이런 모순된 정책 목표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중속성장=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6.5~7%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9% 성장률로 바오치(保七ㆍ7%대 성장률) 시대가 4년만에 끝난 데 이어, 7% 성장률 이하의 중속성장 시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더불어 1995년 이후 20여년만에 성장률 목표치를 특정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했다. 그만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리 총리는 “성장은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다”라고 밝혀,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중진국 함정=리 총리는 “앞으로 5년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시기로 각종 모순과 위험이 뚜렷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의 입에서 ‘중진국 함정’이 언급된 것은 2년 연속이지만, 특히 올해엔 위기의식이 짙어졌다. 지난해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어 현대화를 실현하면서 근본적으로 발전에 의거해야 하며 발전은 반드시 합리적 성장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설명에 그쳤었다.

급속한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중국의 도약이 기로에 놓여져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의 구조적 하락세를 만회할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아 이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부채의 함정=전인대의 방점은 ‘성장’에 찍혀졌다. 구조개혁 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재정적자 비중을 GDP의 3%로 늘림으로써 재정지출을 더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인 2.3%보다 늘어난 것이다. 또 광의 통화(M2) 증가율 목표치도 13%로 지난해의 12%보다 높여 잡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도 전년과 동일한 3%로 제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성장률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블룸버그는 최근 무디스가 부채 문제 때문에 중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을 상기시키며 “경기 진작책이 늘어나고 개혁이 계속 뒤쳐지면, 성장 목표는 달성하겠지만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강시기업=이는 특히 강시기업(좀비기업) 정리 등 공급부문 개혁 작업이 늦춰질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석탄, 철강, 시멘트, 유리 등의 산업에서 공급 과잉의 문제를 겪고 있는데, 해당 산업에 ‘철밥통’으로 불리는 국유기업이 많아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리 총리는 “합병, 부채 정리, 파산 등을 통해 사전적이면서도 신중하게 좀비 기업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해고 노동자 문제는 1000억 위안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 1000만개 창출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시기나 규모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샤오캉(小康)=중국이 당면한 부채와 공급 개혁 문제를 외면하면서까지 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샤오캉(누구나 중류층 이상의 삶을 누리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샤오캉 사회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 8154달러인 1인당 GDP를 1만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농촌인구 1000만명 이상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탈빈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내기고 도시 등록 실업률을 4.5%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방예산=성장률 하락은 중국의 군사굴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인대에서 제시된 중국의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7.6% 증가한 9540억 위안이다. 일각에서 20~30% 증가까지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2010년 이후 계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다가 6년 만에 한 자릿수 증가율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에 경제성장 속도가 줄어듦에 따라 국방 예산의 상승 폭도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중국 정부가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러 국방 예산 증가폭을 축소 발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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