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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발·재건축에…길고양이 길을잃다.
수도권 1300구역 재정비 25만마리 거리 방황…캣맘들은 이주대작전…일부선 주민과 충돌 이중고


“재건축 철거가 시작되면 고양이들이 죽게될텐데 살릴 방법이 없나요. 도와주세요.”

철거를 앞둔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의 재개발 준비 지역은 800여곳이고 재건축도 500구역 이상이다. 서울 시내에만 20만~25만 마리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상당수가 위험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동물보호 단체에는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앞둔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 사는 길고양이.

최근 동물보호 시민단체 한국고양이보호협회와 카라(KARA) 등에는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재건축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각 단지에서도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개포주공 4단지에 살고 있는 ‘캣맘’ 김모(34ㆍ여)씨는 “우리도 5월이 되면 이사를 갈텐데 우리가 없으면 고양이들을 누가 돌봐줄지 걱정이 크다”며 “고양이들을 미리 구조하지 못하면 아파트 지하같은 곳에 있다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크게 다치거나 죽을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했다.

이미 주민들의 이주가 끝나 출입이 통제된 개포주공 3단지의 경우 동물보호 단체에서 인근 산에 사료를 쌓아두고 고양이 이주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는 “3단지의 경우도 단체에서 나와서 이주 작업을 벌이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민원도 많이 넣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보호 단체에서도 최소 몇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있어야 고양이 구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캣맘들이 고양이를 돌보다가 주민들과 충돌하는 일이 부지기수인 마당에 재건축 단지의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김씨의 어머니 천모(64)씨는 “고양이를 돌보다가 주민들과 싸움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관리소장하고도 싸웠다. 사실 고양이를 돌봐주면 쓰레기 봉투도 찢지 않고 더 좋은데 그런 생각은 못하고 ‘모기 끓는다. 더럽다. 애들이 무서워한다’ 이런 이유를 대며 괴롭힌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4단지 노인회장 양정순(78)씨 역시 “고양이 밥을 주다가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랑 시비가 붙어 크게 싸운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 밥에 약을 타겠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라며 씁쓸해했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중성화수술(TNR)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 말고는 재건축 지역의 고양이에게 별달리 손을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들을 따로 이주해주기는 힘들다. 지자체에서는 그저 중성화수술(TNR)을 해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성화수술은 고통 받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기존 고양이들의 먹이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자치구별 사업을 통해 매년 5000~7000마리 가량씩 중성화 사업을 진행해 온 서울시는 올해 시비 7억5000만원을 투입해 민관 협력으로 1만 마리 이상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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