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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할 길 없는 남북.. 훈련통보도 확성기로 전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ㆍ독수리(FE) 연습 사실을 북한 측에 통보하기 위해 확성기 방송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북한 핵실험 직후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나서면서 북한이 남한과의 통신을 전면 차단해 남북간의 공식 연락수단은 확성기밖에 없는 상태다. 통상 군사훈련을 시작할 때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상대방 측에 훈련 시작을 알리는데, 이번에는 활용할 통신 수단이 없어 확성기를 통해 육성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의 최첨단 통신장비는 남북간에 전혀 무용지물인 셈이다. 한미간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이 7일 시작돼 오는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상호 연락수단이 없어 양측 갈등 국면은 훈련 기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월 11일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봉쇄하고 남북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한다고 발표한 뒤부터 정기적인 통신 점검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간 연락 수단은 ▷판문점 채널 ▷서해지구 군 통신선 ▷북한군과 유엔군 사령부간 직통전화 ▷해군간 무선통신망 등이 기존에 활용돼 왔다.

현재 이들 통신망이 모두 단절됨에 따라 유일한 공식 연락수단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는 방법 뿐이다.

유엔사 정전위 측이 확성기로 연합연습 일정을 통보하면 북한군 경비요원들이 나와 수첩에 받아 적는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서해지구와 동해지구 남북관리구역을 연결하는 군 통신선은 서해지구 3회선과 동해지구 3회선 등 6회선이다.

2002년 9월 17일 남북 군상황실 간 통신선을 설치키로 합의한 뒤 같은 달 24일에는 서해지구에, 2003년 12월 5일에는 동해지구에 각각 설치됐다.

광케이블인 통신선은 직통전화 1회선, 팩시밀리 1회선, 예비선 1회선 등이다. 2009년 12월 22일 서해지구와 동해지구에서 동케이블을 광케이블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완료해 그해 12월 26일부터 개통했다.

북한은 2011년 5월 31일 동해지구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지구 통신연락소를 폐쇄했다.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개성공단 출입 인력의 명단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에 전달됐다.

남북은 서해상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2006년 2회선의 무선통신 채널을 가동했지만, 2008년 5월 5일 북측이 일방적으로 차단하면서 지금까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우리 측 함정에서 “여기는 한라산”이라고 교신을 하면 북측은 “여기는 백두산”이라고 응신했는데 지금은 전혀 반응이 없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군과 유엔사간 직통전화도 북측이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직후 끊어졌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남북간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서 전자 장비를 활용한 통신 수단이 사라진 상태다. 우리 군 장병이 대북 확성기 방송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한편, 7일 시작되는 지휘소 훈련인(CPX)인 키리졸브 연습은 이달 중순까지 2주간, 실기동 훈련(FTX)인 독수리 연습은 다음 달 말까지 8주간 계속된다. 이번 훈련은 유사시 북한 최고 수뇌부와 핵ㆍ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올해 키리졸브(KR)ㆍ독수리(FE) 연습 참가 인원은 미군 1만7000여명, 우리 군 30만여명 등 총 32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훈련 기간 중 실시되는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작전 훈련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다.

이 훈련에는 미 해병대 9200여명, 미 해군 3000여명, 우리 해군과 해병대가 약 5000여명 등 약 1만7200여명이 참가해 상륙작전에 이어 북한 핵심 시설을 향해 고속으로 진격하는 내륙작전을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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