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포장하고, 상대를 흠 잡으려는 전략이 총알처럼 오가는 이 전장에서, 애매한 행동은 곧 꼬투리를 잡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후보들은 몸을 잔뜩 움츠린다.
‘공직선거법’이라는 ‘솔로몬의 열쇠’가 있지만, 그조차도 세상만사를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웬만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일은 알아서 피하는 것이 좋다. 불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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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삶의 선택은 무를 자르듯 딱 떨어지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면 별의별 부탁이 다 쏟아지고, 주변의 시선과 도리상 거절이 어려운 때도 있다.
예컨대 다음 같은 경우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지를 호소하고자 창신동 쌍용아파트 2단지 노인정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겨울 아랫목에 모인 노인들의 소일거리로는 고스톱 만한 것이 없다.
화투패를 쥐고 열중하던 한 노인이 오 전 시장에게 묻는다. “10원짜리나 100원짜리 좀 있어?”
이날 오 전 시장은 “제가 지금 동전이 없네요. 하필이면 또 선거 기간이라 죄송합니다. 하하”라며 정중히 부탁을 거절했다.
아, 어머니뻘 노인의 청을 거절한 오 전 시장은 비난받아야 마땅한가. 아니면 그의 준법정신에 찬사를 보내야 하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오 전 시장의 이날 처신은 매우 옳았다.
“고스톱 판돈을 주는 것은 액수에 관계없이 ‘기부 행위’에 해당하며, 이런 행위가 처벌받지 않으려면 공직선거법 112조에 따라 ‘구호적ㆍ자선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 외의 금전적 기부는 안 된다”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이다.
만약 오 전 시장이 인정과 도리를 앞세워 노인의 부탁을 들어줬더라면,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서울지역의 한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자가 사준 음료를 시민들과 함께 나눠 마시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여전히 세상에는 애매한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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