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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무차별 일본 공격…日도 동변상련, ‘트럼프 골치 앓이’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막말과 기행으로 미국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때문에 일본 열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 일본 무역 불균형과 일본의 통화정책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수준을 ‘땅콩 값’ 수준이라며 비아냥댄 것과 유사하다. 트럼프에 속앓이하기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공화당 대선주자 3차 TV토론에서 중국, 멕시코와 함께 일본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무역에서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는 특히 일본의 건설장비업체 고마쓰가 엔화 약세에 힘입어 미국 업체 캐터필러 대비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일본이 통화정책에 개입해 부당한 경제 이익을 취하고 있다거나, 비용을 들이지 않은 채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기 전인 1990년대 이전의 상황 인식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일본은 자칫 잘못하면 이로 인해 미국 내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정체를 겪으면서 일본인들도 과거 미국의 ‘일본 때리기’가 아니라 이제 ‘일본 무시하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런 불만이 “과거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통상 관료를 지낸 글렌 후쿠시마는 “트럼프의 발언은 일본이 경제 라이벌로 인식되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을 떠올리게 한다”며 “일본 경제가 20년간 정체를 겪었음에도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을 되살리고 있다니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의 잇단 ‘시대착오적’ 발언이 미국 내에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부추길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는 NYT에 “외무성에 있는 지인들은 공황 상태”라며 “미국 대선 주자에게서 이런 직설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목격한 것은 아주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지난주 트럼프의 ‘슈퍼 화요일’ 승리 이후 사설에서 “미국 정치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일본이 불평등 등을 둘러싼 미국 내 불만의 해소 창구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경쟁자들도 그를 의식해 이 같은 비판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지역 언론에 “중국과 일본,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가치 절하를 통해 제품값을 싸게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도 관세 등 효율적인 새로운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이라는 지정학적 상황상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치 지로 자민당 의원은 NYT에 “미국은 일본이 지역 안정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트럼프가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일본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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