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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대화 갈등’ 노량진 수산시장…새 건물이 능사인가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노량진 수산시장이 현대화를 둘러싸고 수협과 상인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수협은 현대화를 강행할 방침인 반면, 상인들은 이에 반발하며 저지하겠다고 맞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10월 지상 2층 지상 6층 규모로 신축한 건물에서 16일부터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1월 점포이전을 끝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새 건물에는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다.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은 새 건물 공간이 지금보다 좁고, 임대료가 비싸다며 고객들이 제대로 쇼핑이나 구경을 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협은 공간도 현재와 같지만 현재 상인들이 통로 등을 임의 사용하고 있어 좁게 느껴지는 것이고, 첨단 냉난방 시설이라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데 이미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견해차가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수협은 16일 이후에도 기존의 시장에서 영업을 할 경우 무단점유 사용료를 부과하고 주차장 폐쇄로 고객접근을 막는 등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한다. 상인측 역시 대다수 상인들이 이전할 의사가 없고 영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수협이 현 수산시장 자리에 카지노를 만들려다 무산되면서 불신이 더 커졌다. 상인들이 결사 저지에 나설 경우 ‘제2의 용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싱싱한 수산물을 사러, 혹은 지인들과 회 한접시에 소주잔 기울이러 한번쯤 이곳을 찾지 않은 서울시민은 없을 것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등장하며 많은 전통시장이 쇠락했지만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1927년 경성수산주식회사가 그 시초요, 노량진에 터를 잡은지 만 45년째다. 많은 상인들의 생활터전이고, 서울 시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이다. 낙후된 시설을 보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냉난방 잘되는 첨단건물만큼, 수십년간 ’사람들이 축적해온 스토리‘도 소중하다. 상인들이 욕심을 부리는 부분이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협이 공청회나 상인회와의 진솔한 대화로 리모델링 등 절충안을 마련해 갈등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이곳이 상인과 수협의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 나아가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라고 생각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야구 100년의 메카였던 동대문야구장을 밀어내버리고, 수백년 전통의 피맛골을 대안없이 고층건물에 내어주는 ‘토목 지상주의’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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