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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시설물의 관리 법체계 정비 시급 -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우리나라는 시설물의 규모와 경과년수에 따라 그 관리에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시설물의 관리에 관한 법과 중앙정부 조직이 이원화 된 나라는 흔치 않다.

예를 들어, 교량은 그 길이가 100m 이상이면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 (이하 ‘시특법’)의 적용을 받고 그 소관 부처가 국토교통부인데 반해, 길이가 20m 이상 100m 미만인 교량 중에 10년 이상 경과된 교량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이하 ‘기본법’)의 적용을 받고 주무부처는 국민안전처다.

이런 현상은 1994년도 10월에 성수대교가 붕괴돼 시설물의 안전관리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당시 건설부가 급히 시특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하고, 약 10년 후인 2004년 3월 행정안전부가 일반법으로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발생했다. 이런 법체계는 문제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관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특법은 규모에 따라 시설물을 1종과 2종 시설물로 구분, 관리하고 기본법은 규모와 경과년수에 따라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해 관리를 하는데, 교량을 예로 들면 연장 20m 미만의 소규모 교량은 두 법 모두에 포함되지 않아 아무도 관리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아파트나 다세대 등 주택의 경우에는 훨씬 심각하다. 5층 미만의 아파트, 연면적 660㎡ 이하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이 법적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8월말을 기준으로 시특법 적용대상이 1,2종을 합쳐서 8849개 동이고 기본법의 적용 대상이 2만1279개 동인데 반해 서울시 전체 주택은 345만호에 달해 겨우 1%도 안 되는 주택만이 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교량의 경우 연장 20m 이상인 교량도 준공 후 10년이 지나야만 관리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번에 내부간선도로 정릉천 구간에서 준공 후 17년 만에 PT 텐던(Post-Tensioned Tendon)이 끊어져 교통을 전면통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미드베이교(Mid Bay Bridge)는 개통 후 겨우 7년 만에 PT 텐던이 끊어지고 무려 11개의 텐던에서 심각한 부식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 10년이 안 된 시설물은 법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시특법을 만들 때 시설물을 그 규모에 따라 1종, 2종으로 달리 구분하고 그 시설물들을 집중 관리하도록 규정한 것은, 부족한 기술 인력과 자원을 우선 규모가 큰 시설물에 먼저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법 제정 당시의 여건을 반영한 조치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런 비상 상황의 법을 2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물론 규모가 큰 교량이 작은 교량보다 더 중요하고 안전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더 클 수도 있지만, 작은 교량이라도 교량의 위치나 교통량 등에 따라서는 사고 발생 시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종류의 시설물도 규모에 따라 주무부처가 달라 관리에 대한 정책이나 관련지침, 매뉴얼 등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량만을 봐도 가장 기본적인 점검매뉴얼이 미국 처럼 유형별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있지도 않다. 공공분야가 이럴진대 하물며 민간 소유 주택이나 시설물들이야 오죽 하겠나 싶다.

우리보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도 시설물의 노후화로 인해 교량이 자주 무너지면서 교량기피증(gephyrophobia)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우리도 이미 겪고 있는 ‘도시 노후화의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매일 이용하는 시설물들이 재앙의 불씨로 바뀔 수 있다. 하루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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