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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케팅 10단 구글, 왜 이세돌을 선택했나] 이세돌, 가장 창조적…인공지능 자랑하기엔 최고의 상대
중국기사 압도한 이세돌 선택
AI가 이기면 구글 우수성 입증
‘AI 퍼스트 무버’ 세계에 각인

바둑, 역공·승부수 등 천변만화
AI 비정형데이타 능력 시험
자율주행차등 확장성 무한대



전세계인의 시선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로 꽂혔다. 인간과 기계(인공지능)의 대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의 날이 밝았다.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1국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총 5번기의 반상 대결을 펼친다.

첫판의 승자는 여세를 몰아 최종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1국의 내용은 초미의 관심이다.

이 9단이 이긴다면 이기는대로, 진다면 지는대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통상 ‘우주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바둑은 직관과 감각,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미된 게임으로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이 9단이 진다면 인공지능이 체스나 퀴즈는 물론 바둑영역까지 장악한 셈이 돼 인공지능시대의 파상 공세를 예고케 하는 일대 사건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흥미로운 것은 알파고의 이세돌에 대한 도전, 이세돌의 수용, 사전 기자설명회,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개회 선언) 등을 거친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알파고를 앞세운 구글의 속내가 선명히 들여다 보인다는 것이다.

8일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 깜짝 등장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이번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세돌이 이기면 상상력을 갖춘 인간의 승리로 의미있고, 알파고가 이긴다면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의 쾌거이기에 어차피 인류가 승자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여기에 구글의 목표점과 상술도 묻어나온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빅이벤트를 성사시키면서 상금(100만달러)의 수십, 수백배 홍보효과를 거둔 구글의 마케팅 성공에서 여유로움과 노림수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네티즌들도 갑론을박이다. 한 네티즌은 “슈미트 말대로 누가 이기든지 인류의 승리”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글로벌 IT 거물답게 노련한 상술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확실한 것은 구글이 이세돌-알파고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펼치면서 철저히 준비해온 속내가 이참에 한꺼번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왜 이세돌인가, 중국 압도 위한 구글의 철저한 계산=판후이 2단을 꺾은 알파고를 내세워 구글은 왜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냈을까.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이 9단은 사전설명회에서 “구글의 제안에 결정을 내린 것은 5분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알파고의 도전장을 큰 고민없이 접수(?)한 것이다.

이는 이세돌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센돌’이란 별명에서 보듯이 이 9단의 힘은 가공할 만 하다. 저돌적이며, 모험심이 가득하며,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 “지구상 최정상 프로바둑기사 중 이 9단은 가장 창조적이며 직관과 상상력에 기반둔 착점으로 일관하는 기사”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같은 평가를 구글이 중요시 한 것이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이라면 워낙 신중하기에 알파고 도전에 장고할 수 있겠지만, 이세돌 9단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 도전에 응할 것이라는 확신에 바탕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 구글의 노련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 박정환 9단이 국내 랭킹 1위이긴 하지만, 이세돌은 중국 프로기사에 공포의 대상이다. 중국에선 한국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이 9단으로 꼽는 것이다. 예전 이창호 9단의 자리를 그가 꿰찬 지는 오래다.

특히 이세돌 9단에 대해서 중국 바둑팬은 부러움과 질시, 두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바둑원조’인 중국에선 구리 9단과의 ‘10번기 이벤트’에서 이 9단이 구리 9단을 누른 것에 여전히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구글이 중국의 자존심이었던 구리 9단을 인상적으로 누른 이세돌과의 알파고 대결을 추진한 것은 그래서다. 이 9단에 지면 지는대로 의미있고, 이긴다면 중국 바둑에게도 우세하다는 평가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IT업계도 인공지능 개발과 진화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9단과의 세기의 빅이벤트는 구글로선 인공지능 측면에서 ‘중국보다 한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구글의 향후 야심은 ‘진짜 인간다움’=인공지능이 체스와 퀴즈에서 인간을 누른 후 구글이 도전의 새 영역으로 ‘바둑’을 삼은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바둑은 흔히 ‘우주의 진리’가 담겼다고 한다. 그만큼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이며, 계산 능력은 물론 직관과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바둑 최고수는 직관에다 상상력을 더해 숱한 기발한 수를 창조하기도 한다. 이세돌은 이러한 대표적인 기사다.

인간이 여태까지 인공지능보다 바둑에서 뛰어났던 이유는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우월했기 때문이다. 비정형 데이터는 모호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의미한다.

인간은 꽃을 보면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인공지능은 그 꽃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바둑에 대입하면 유사하다. 인공지능은 한판의 대국을 수천, 수만의 경우의 수로 일관하지만 인간은 대세관이라는 직감까지 합쳐 대국을 이끄는 것이다. 단순 계산 능력 외의 흔들기, 역공, 사생결단의 승부수 등이 작렬하는 이유다. 알파고는 이같은 인간의 능력을 탐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을 통해 이같은 비정형 데이터의 진화 가능성을 시험하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파고는 3000만개 이상의 움직임에 대해 훈련을 했으며, 상대방이 착점할 곳을 맞출 확률을 57%까지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체 신경망끼리 수천만번 바둑을 두고, 바둑 기보를 학습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이같은 학습 능력이 이세돌 같은 창의적 수를 두는 기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비정형 데이터 앞에서 그 능력을 어떻게 확장할지 구글로선 도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예를들어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활용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인간다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같은 자체 시험에 구글이 나선 것”이라며 “확실한 것은 구글이 상술을 추구했든, 인류애를 앞세웠든 흥행엔 성공한만큼 다른 글로벌 IT업체들의 인공지능 진화 경쟁도 계속 불을 뿜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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