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조진웅 찾으러 가던 ‘시그널’ 그 해안로…육지 째려보는 해변바위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블록버스터 수사극’인 tvN의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이 사필귀정(事必歸正)을 향해 이재한(조진웅) 형사가 있는 정헌요양병원으로 향할 때, 박해영(이제현) 경위는 해안도로를 질주한다.

이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이 해안도로는 항공촬영으로 파도가 도로를 침범할 정도로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 권력에 의해 또다시 침탈당할 위기에 빠진 이재한 형사가 있는 곳으로 달리던 이 해안도로는 이 극이 ‘미래를 바꾸는 희망’을 품은 채 종결될 것임을 암시하는 중요한 소품이다.

이재한 형사를 꽁꽁 숨기고 있던 이형사의 아버지가 ‘서울-강원’이라고 적힌 고속버스 표를 불태우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이 해안도로는 강원도 어디엔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곳은 헌화로(강릉)이다. 절세의 수로부인에게 절벽의 꽃을 꺾어준 노인의 이야기(삼국유사)에서 모티브를 딴 절벽 바로밑 해안길이다. 위치를 둘러싼 삼척시와 강릉시 간의 논쟁 과정을 거쳐 두 지역 모두 헌화로라는 이름을 붙인 지방도로를 갖고 있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은 손에 암소를 놓으라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어든/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미녀 수로가 꽃에 취해 시선이 머물자, 소를 몰고가던 노인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위험천만한 절벽에 핀 아름다운 꽃을 꺾어바치는 내용이다. 지고지순한 열정의 상징이다. ‘시그널’에서 조진웅을 향한 김혜수의 열정쯤 되겠다.

이 해안도로는 동해시 최북단해안 망상과 강릉시 정동진 사이, 강릉시 옥계면에 있다. 해안과 도로가 붙어있어 파도가 도로에 까지 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해안절경을 만끽할 수 있으며, 해변에 즐비한 바윗돌에 파도가 부딪쳐 생기는 하얀 포말과 해당화, 어부들의 평온한 삶 등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 속초,양양,강릉,동해를 거쳐 최남단 삼척까지 이르는 해안도로를 ‘낭만가도’라고 부르는데, ‘시그널’ 마지막회에 등장한 이 해안도로는 낭만가도의 중간에서 약간 남쪽에 있다.

삼척의 새천년해안도로, 동해시 천곡해안도로, 어달-망상 해안로를 지나면, 강릉시 옥계면 도직해안도로를 만나고, 잠시 한라시멘트를 우회한 뒤 옥계해수욕장을 지나면서부터 이 헌화로가 시작된다. 헌화로가 끝나는 지점은 정동진 남쪽 언덕이며, 이 언덕에 오르면 정동진 선크루즈를 만날수 있다.

헌화로 해안선 인근 바윗돌들의 형세가 심상치 않다. 바위들 옆면에 나타난 지층의 모양새로 보아 바위들은 일제히 육지를 향해 얼굴을 보이며 45도쯤 기울어진 상태로 서 있었다. 육지의 절벽의 지층 역시 해안 바위의 지층 무늬와 동일한 각도를 유지한다. 바다 위의 암석이 육지를 연모하거나, 육지를 향해 집단시위하는 듯한 모습이다. 차를 몰고 지나다 보면, 바위들이 째려보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자꾸 바닷가로 시선을 돌린다. ‘똑바로 살라’로 육지를 향해 소리치는 듯 하다.

바닷물이 검게 보여 ‘검진’이 됐다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금진’으로 바뀐 이곳은 바다낚시 마니아의 아지트이다.

신라 보다는 고구려땅일때가 많았던 옥계면은 옥천현으로 불리던 마을이다. 정선과 경계를 이루는 석병산에는 기암괴석과 천연동굴, 쉰길폭포가 있고, 두릅-곰취단지, 타조-사슴농장 등이 있다. ‘킹메이커’로 불리던 여당 중진의원이 탄광 광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서 자랐고, 서울시내 한 구청장이 이곳 출신이다. 주변에는 동해 망상해수욕장, 천곡동굴, 약천 남구만의 귀양지, 강릉 정동진 등이 있다.


함영훈기자@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