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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경매시장 표정…“물건은 가물었는데 ‘알짜’는 한번에 낙찰”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달 15일 서울동부지법 경매2계에 한 근린생활시설이 등장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 맛의골목’에 코너변에 자리잡고 있는 4층짜리 건물이다. 이날이 이 물건이 경매법정에 ‘데뷔’한 날이었는데, 바로 낙찰됐다. 감정가 61억1000만여원에 낙찰가는 77억여원이었다. 낙찰가율은 127.3%. 16명이 응찰에 나서며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경매시장에 ‘물건 가뭄’이 든 가운데, 소위 목 좋은 물건이 등장하면 수요자들이 망설임 없이 응찰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된다.


15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진행건수는 1만82건으로 역대 최저치로 기록됐다. 올 1월(1만1722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이전까지 물건이 가장 적었던 달은 지난해 9월(1만363건)이었다.

물건 가뭄이 든 배경을 이해하려면 경매시장과 일반시장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 통상적으론 일반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면 경매로 들어오는 물건은 줄어든다. 굳이 경매법정을 통하지 않더라도 물건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량이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해부턴 경매로 넘어온 물건 중에서도 경매기일이 변경되거나 아예 취하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대법원의 경매통계를 보면 지난해 새로 신청된 신건은 월 평균 8000건 내외로 예년 평균(월 1만건)에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보통 법원에서 경매개시가 결정된 뒤 첫 경매가 이뤄지기까지 통상 6개월 내외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2월에 경매물건이 적은 건 지난해 8~10월 사이 일반 매매시장에서 그만큼 거래가 많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진 물건이 희소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연초 매매거래가 신통치 않은 만큼 하반기에는 물건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의 주택거래량이 5만9265건으로 1년 전 같은달(8만8864건)과 견줘 25%가 줄었다고 밝혔다.

한편 신건(경매법정에 처음 등장한 물건)이 유찰없이 새주인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최근 경매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경매의 대원칙에 따라 보통 1~2회 유찰을 거쳐 가격이 떨어진 뒤 낙찰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원칙이 무너진 셈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4년까지 10%를 넘지 못했던 신건 낙찰율은 지난해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서울의 주거용(아파트ㆍ주상복합) 경매물건의 신건 낙찰율은 지난해 6월 24.62%를 기록했고 10월엔 36.30%로 고점을 찍었다. 이번달엔 14일 기준으로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연초 경매물건 총량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십억짜리 물건이 첫 경매에서 낙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창동 연구원은 “어떤 물건에 임차인이 누가 있고, 채권관계는 어떤지 등 세부정보는 경매일 1주일 전에서야 알려지는데 고액 물건에 투자할지 여부를 그 짧은 시간에 판단해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유찰이 되더라도 최종적으로 낙찰가율은 100%를 넘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기다렸다가 비싸게 살 바에는 차라리 신건도 적극적으로 노리자는 심리가 퍼져있다”고 풀이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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