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광화문 광장] 알파고와 인간 중심의 경제시스템 - 조우호 덕성여대 교수
알파고가 몰고 온 인공지능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슈퍼컴퓨터와 당당히 맞서는 이세돌 9단의 투지는 인상적이다. 애초부터 경우의 수에 대한 연산을 통해 답을 알 수 있는 알파고 군단과 홀로 답을 추리해야 하는 인간의 대결은 불공정한 게임이고 인간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세돌은 기계의 약점도 간파했다. 그가 전패를 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직관이 여전히 기계와 맞설 수 있다는 증거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이번 바둑대국은 우리 사회에 21세기 가까운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흔히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나온 1687년은 기계론적 세계관과 수학적 자연과학이 확립된 해로 기억된다.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이 말을 바꾸자면 그 해는 기계가 인간으로부터 독립하여 인간과 경쟁을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그 후 그 경쟁은 18세기까지 계속됐다. 어쩌면 18세기 말에 그 주도권 싸움은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둘은 승부를 보지 않고 일단 각자의 길을 갔다고 말할 수 있다. 18세기 말에 칸트의 인간학과 피히테의 지식학과 자아에 대한 연구 등이 쏟아져 나온 것이나, 독일 초기 낭만주의자들이 감성과 과학의 영역을 통합하려 한 점도 그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영혼(Weltseele)’을 주장한 프리드리히 셸링이 아마 기계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외친 18세기 마지막 인문학자일지도 모르겠다. 19세기부터 자연과학과 공학이 수학과 기계론적 세계관에 기초해서 자신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이, 인간학은 인문학으로 남아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21세기는 그 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형태의 공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라면 인간 활동 영역의 많은 부문이 재편되어야 한다.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정의나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라는 영역은 물론, 법과 사회 시스템부터 직업의 범주까지 기계와 인공지능을 포함해서 근본부터 새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어떤 경우라도 철저히 칸트적 인간학의 원칙에 토대를 둬야 한다. 즉 기계와 인공지능이 투입되는 최종목적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으며, 모든 변화의 중심에 인간의 가치와 인간의 이익이 척도로 작용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경제시스템도 변화되어야 한다. 인간 가치의 증진이 경제의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하며 경제활동의 목적, 기업경영의 의미 등도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인간 경제활동의 목적은 부의 효과적 획득과 축적이 아니라 부와 자원이 인간을 위해 사용되게 하는 것이다.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학의 원칙은 최소의 비용으로 인간 행복을 위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으로 수정돼야 한다.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경제 성장의 방향성도 동등하게 경제 발전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성정에 맞는 경제, 인간의 물질적 생존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아실현과 감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경제. 이것이 미래 인공지능시대에서 필요한 인간 중심의 경제시스템인 셈이다.

인간 중심의 경제시스템에서는 효율이 아니라 인간적 만족, 생산이 아니라 소비가 더 중요할 것이다. 경제생산의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나 생산성은 생산에 따른 만족의 정도와 개인을 위한 소비에 맞춘 새로운 지표로 대체돼야 한다. 경제시스템과 더불어 기업의 문화도 바꿔야 한다. 현재의 효율극대화 기업경영은 효율성과 인간적 자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경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는 21세기 인간사회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할 것인지와 함께 인간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어떤 모양인지 암시도 주는 좋은 예로 보인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