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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vs 알파고 5국] 누가 이기든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역사는 알파고의 승리를 인류의 승리로 기억할 것”
-인간이 만든 기술적 성취를 확인한 역사적 순간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1996년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시간제한이 있는 정식 대국에서 이겼던 사실은 두고두고 인류의 기술적 성취로 회자됐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알파고가 이미 3승을 했으므로)도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인간 이세돌은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했다. 하지만 단연컨대 역사는 지금의 사건을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인간의 승리로 묘사할 것이다. 인간이 개발한 기술 수준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생생히 목격한 순간, 인공지능 시대를 연 신호탄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세돌의 첫 승은 감동적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그의 투혼은 빛났다. 두 번째 대국 막판, 한순간 판세가 뒤집히며 패하기 직전 그의 표정과 손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역부족’을 느끼는 듯했다. 안타까웠다. 세 번째 대국에서 질 때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어느 순간 ‘5대0’으로 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바뀌었다. 알파고는 인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로 비춰졌다. 알파고가 둔 한수 한수는 연구 대상이 됐다. 바둑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의 한수’가 있다면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먼저 찾아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한편에선 인간 한명이 무수한 네트워크와 연결된 인공지능과 벌이는 이번 게임은 불공정하며 무조건질 수밖에 없으므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3연패 후 충격에 빠진 이세돌이 포기할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내가 진 것일 뿐 인간이 진 게 아니다”라며 다시 덤덤하게 4번째 대국을 위해 바둑판에 앉았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알파고를 이겼다. 전패를 예상하며 기대를 놓았던 사람들은 다시 술렁였다. 이세돌의 1승은 그의 표현처럼 인간 이세돌 개인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다.

언론은 이세돌의 승리를 ‘인간 승리’라는 제목을 뽑으며 열광했다. 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을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라고 보는 건 표면만 보는 것이다. 그 기계가 바로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과 뛰어난 한 인간의 두뇌경기로 봐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든 인공두뇌가 이만큼 발전 했구나 감탄하면 된다. 인류의 기술이 이만큼 진보 했구나 감상하면 된다. 혹은 이세돌의 인간다움이나 열정, 실력에 박수를 쳐주면 된다. 어느 쪽이 이기든 모두 감동적인 ‘휴먼스토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젠 좀 더 심도 깊은 대화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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