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중섭 ‘황소’는 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나
-안병광 서울미술관 설립자가 말하는 ‘이중섭은 죽었다’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중섭(1916-1956)의 ‘황소(1953년경)’가 다시 미술관에 걸렸다.

‘황소’는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 받은 작품이다. 안 회장은 기관(삼성미술관 리움) 다음으로 이중섭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19점)한 개인 컬렉터로 꼽힌다. 

‘황소’,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52㎝, 1953년경 [사진제공=서울미술관]
‘피묻은 소’, 종이에 유채, 27.5×43㎝, 1955 [사진제공=서울미술관]

‘황소’는 서울미술관이 설립된 2012년, 개관전인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전에서 선보였고, 2015년 1월 ‘거장(巨匠)’전에도 나왔었다.

서울미술관이 이중섭 탄생 100주기를 맞아 16일부터 개최한 ‘이중섭은 죽었다’전에 ‘황소’가 다시 걸렸다. ‘피묻은 소(1995년작)’, ‘싸우는 소(1955년작)’까지 황소 시리즈 3점이 나왔다. 안 회장은 “보면 볼수록 두렵다. 누가 훔쳐갈까봐”라는 말로 ‘황소’에 대한 애정이 대신했다.

이번 전시에는 ‘사연’이 많다. 15일 서울미술관(서울 종로구 창의문로)에서 만난 안 회장은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전시”라고 말했다.

서울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2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오는 6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국내 한 일간지 사업단과 함께 이중섭 탄생 100주기전을 대대적으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미술관 측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그림 대여 공문이 왔으나 아직 회신을 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미술관 역시 그동안 이중섭 그림 50~70점 정도 대여를 추진했으나 여건이 닿지 않아 중도에 포기했다. 그리고 100주기전이라는 대대적인 타이틀 대신 “이중섭에 대한 신화를 거둬내고 ‘인간 이중섭’을 부활시킨다”는 의미를 담아 소장품과 소품 재현 등으로 스토리가 있는 전시를 하기로 했다. 

‘통영앞바다’, 종이에 유채, 41.6×28.9㎝, 1950년대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안 회장은 “이중섭만큼 위작의 아픔이 많은 작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중섭 위작사건 당시 일화를 풀어 놨다.

“경매에 나온 작품 8점 중 3점을 5억여원에 구입했죠. 가족 때문에 미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이중섭 위작 사건이 터진 겁니다. 한국에 전화해서 작품 값 그대로 돌려달라 요청했어요. 결국 사고 싶었던 이중섭 작품 대신 돈을 되돌려받는 가슴 아픈 일을 겪게 된 거죠.”

이중섭 위작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일화도 전했다.

“2006년 K옥션 태동 당시였어요.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이 찾아와서 이중섭 작품을 경매에 낼 수 있게 해 달라 하더라고요. 국민작가를 위작으로 죽일 순 없지 않느냐면서요. 그 때 침실에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이 있었어요. 저보다도 아내인 서유진 서울미술관 이사장이 가장 좋아하던 작품이었죠. 당시 시장 가격이 한 1억~1억5000만원 정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사가는 사람이 없게 만들려고 7억을 받아달라 했지요. 아무도 안 사면 제가 다시 가져오려고요. 그런데 그 가격에 팔린 겁니다.” <▶본지 2015년 1월 2일자 27면 ‘그림값 뛰게 하는 컬렉터…’ 기사 참고>

안 회장은 이후 이 작품 말고도 한 점을 더 경매에 내 놨다. 

‘황소’ 앞에 선 안병광 회장. [사진제공=서울미술관]

“2007년 3월 박 회장이 다시 절 찾아와서는 이왕 이중섭을 살린 거 한 번 더 살려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통영앞바다(1950년대)’를 내놓고 10억원을 받으라 했습니다. 1년 안에 제가 다시 되산다는 약속을 하고서요.”

안 회장은 “1년 뒤에 다시 가져올 줄 알았던 작품이 10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은 우리나라 제일 큰 대기업 사모님이 사가셨기 때문에 ‘요단강’을 건넜다”고. 빅 컬렉터의 소장품이 됐으니 다시 경매에 나올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후 ‘통영 앞바다’는 13억~15억원 선에 경매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출장을 가는 바람에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통영앞바다’는 소장자로부터 대여해 이번 전시에 걸었다. 함께 걸린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은 레플리카(복제)다.

안 회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땅에서 다시는 위작 때문에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중섭의 신화는 죽이고, 인간 이중섭을 부활시켜 각박한 세상에서 이중섭의 감성을 노래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