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모자에 댄스’ 국민MC 유재석
2030 젊은층에 친근하게 다가가
KB국민은행
돋보기 든 탐험가로 분한 김연아
예금·펀드 결합 통장 이미지 강조
힙합 음악이 흐르고 국민 MC 유재석이 캐릭터와 함께 특유의 댄스를 뽐낸다. 언뜻 20대를 위한 트렌디한 제품 광고에 어울릴 법한 이 광고는 다름 아닌 우리은행이 5년 만에 재개한 TV 광고다.
유재석 개인에게도 2010년 신한금융그룹 광고 이후 5년여만인 이번 광고가 눈에 띄는 점은 전통적인 은행권 광고의 문법에 파격적인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광고를 통해 신뢰감과 정중함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고객의 금융업무를 맡는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 신뢰라는 판단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 은행 광고들은 말쑥한 정장을 입은 40~50대 남성이나, 최고의 운동 선수들의 반듯한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우리은행 광고에서 유재석은 댄스 뿐 아니라 노란색 상의와 빵모자를 착용하고 양 볼까지 분홍색으로 칠해 영락없는 유치원생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은행이 2030 젊은 금융 소비자들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WiBee Bank)’를 지난해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위비톡’을 내놓으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딱딱한 광고보다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어필하는 튀는 광고를 만든 것이다. 특히 각종 자동이체 계좌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과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 맞물리면서 막이 오른 금융 대전(大戰)에서 실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광고는 이 뿐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말부터 ‘KB ONE컬렉션’ 광고에서 김연아의 댄스 영상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마치 걸그룹의 댄스 영상으로 착각할만큼 광고 전반은 김연아의 역동적이고 과감한 댄스가 눈길을 끈다. 그동안 김연아는 KB 광고에서 단정한 국민 피겨 스타의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이번 광고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이 영상은 단기간에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넘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KB는 ISA 광고에서도 탐험가 분장을 하며 돋보기를 든 김연아를 배경으로 예금과 펀드 등 여러 상품이 통장 하나로 합쳐졌다는 광고 이미지를 통해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광고모델 삼둥이(송대한, 송민국, 송만세) 역시 은행권에서는 파격적인 광고모델로 평가한다. 정중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은행 광고에서 아이가 모델로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배우 송일국과 함께 TV 육아 프로그램에서 젊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삼둥이들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는 물론, 2030여성들을 겨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IBK기업은행의 대표 광고모델인 방송인 송해 역시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해형”으로 불릴만큼 나이를 뛰어넘은 소탈한 이미지를 보이는 송해를 통해 전세대를 아우르는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종편 방송에서 11시, 오후 5시에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광고에 기업은행 캐릭터 ‘기은센’과 함께 출연하며 더욱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젊은 감성을 자극하거나 상품에 대한 홍보보다는 은행 본연의 신뢰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부터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가 등장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응원가’를 주제로 TV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이 광고는 가수 이선희씨가 직접 부른 ‘힘내라 대한민국 응원가’를 배경음악으로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나 행복의 날까지 농협은행이 함께 응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어깨 수술 이후 재활에 힘쓰며 성공적인 재기를 꿈꾸고 있는 류현진 선수가 등판을 준비하는 광고 속 장면이 인상적인데 농협은행은 수술로 1년의 공백기를 가진 류현진과 지난해 11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광고모델 재계약을 체결하며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