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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르포] ‘당신의 정신건강은 괜찮나요?’…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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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서울병원, 오는 25일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원…“국민정신건강 교두보 역할할 것”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이하 센터)를 찾은 21일은 종합의료복합단지 2단계 사업이 한창이다. 기존 국립서울병원 주위로 펜스가 설치되고 인도 블럭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울ㆍ스트레스 등 현대적 질병이 늘면서 그동안 정신질환 치료에 집중하던 국립서울병원이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이 함께 있는 복합질환을 진료하고 정신건강 공공사업이나 정신건강 연구 등에 주력하는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오는 25일 센터가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세월호 사태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각종 사회적 트라우마와 국가재난을 겪은 바 있고, 인터넷 게임ㆍ모바일 등 미디어 중독 관리, 묻지마 범죄 급증 등 사회 제문제에서 정신건강의 관리와 치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여전히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센터 명칭을 놓고도 주민ㆍ지자체와의 마찰이 없지 않았지만, 센터는 이전의 낡은 모습을 떨쳐내고 정신건강 전반에 걸친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

건물에서는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실내는 최고급 호텔과도 견줘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입원 환자들이 흥분했을 때 이용하는 안정실은 자해 예방을 위해 권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헤드기어가 마련돼 있었다. 샤워실에도 환자를 배려한 시설들이 눈에 띄었다. 샤워호스는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길이를 크게 줄여 놓았다.

입원 환자들은 1인실과 4인실을 이용하게 된다. 메르스 당시 정신과 환자 치료가 문제되면서 병동마다 1인실 2개씩 총 10개 음압병실이 마련돼 있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아정신폐쇄병동은 서울대병원과 센터 2곳만 있어 소아청소년들을 위한 특화된 치료도 가능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옥상은 환자들이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가질까봐 유리로 보호벽을 만들었다. 바깥 전경을 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성인이 오르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옥상은 아직 조경이 끝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어 유리로 보호벽을 만들어 사고를 예방하게 설계됐다. 바깥 전경은 보이면서 잡고 오를 것들은 없앴고, 유리벽 높이도 성인이 오르지 못하는 구조여서 설계자가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최성구 의료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대학ㆍ종합병원을 제외하고 정신과 병상이 있는 의료기관 중 신체질환과 같이 진료ㆍ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10곳 중 2곳에 불과하다”며 “치료가 어렵고 비용 부담이 커서 저소득층이나 재난 피해자, 외국인 등은 양질의 진료를 받기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날 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환자들은 간호사들과 탁구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환자로 입원해 있지만, 그 순간 이들의 얼굴에서는 걱정, 근심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목적으로 출범하는 만큼 센터는 중증 환자들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정신건강’은 문자그대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규섭 센터장은 “국민의 20%정도는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을 만큼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센터는 국립정신병원으로서는 최초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에 특화된 진료과목을 신설해 공공 정신건강 치료의 전문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중증 환자만을 위한 병원에서 경증 환자로 진료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적 질환인 우울, 스트레스, 불면, 불안 등의 정신질환이 매년 급증하고, 자살, 왕따, 학교폭력 등 정신건강과 밀접한 사회문제가 증가하면서 센터는 정신건강 관련 정책 확대와 지원, 진료 및 치료를 겸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는 3월 25일 개원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인실과 4인실로 운영된다. 국내 유일하게 음압병실로 운영할 수 있어 정신과 환자들이 전염병 유행시에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사진제공=국립정신건강센터]

남윤영 기획홍보과장(정신과 전문의)은 “1995년 정신보건법 상에 정신보건연구 기관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연구기관이 없었다”며 “이번 센터 하부기관으로 연구소가 설립돼 향후 정신보건 정책기반을 위한 다양한 실용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클리닉에서는 경두개자기자극치료술(TMS) 장비로 뇌활동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맥박 측정 등으로 환자의 심리적ㆍ신체적 상태를 측정해 가벼운 우울 증상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

한편 아직 정식 개원을 안 한 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운영 병상수는 174개로 허가 병상수 238개에 많이 못 미친다. 간호사와 조무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체 병상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사업으로 인력을 보충해 가동 병상수를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환자가 늘어날 경우 인력 채용과 예산 문제는 센터의 숙제로 남아 있다.

하규섭 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센터는 기존 중증만성질환자의 입원 치료 중심 기능에서 향후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복합질환을 진료하고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정책 수행의 일선에 설 것”이라고 센터개원의 포부를 밝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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