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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23년만에 '혁명' 돌입...유전자 자체를 바꾼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다. 23년전 이건희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시발점으로 만든 ‘삼성 제일주의’를 지우고,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각오다.

24일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를 골자로 하는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품질 최고주의’를 목표로 관료화된 삼성전자를 벤처 스타트업처럼 바꿔 혁신을 만드는 문화혁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직급을 단순화하고, 나이와 연차에 얽매이지 않는 호칭을 만들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파격적인 승진과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강화해 업무 생산성을 늘린다. 또 윗 사람의 눈치,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야 했던 휴가 및 야근 문화도 확 고쳐 직원 하나하나가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환경을 만든다. 지금까지 삼성과 삼성전자를 지배했던 문화적 특성을 다 바꿔, 삼성전자를 새로운 벤처기업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과 비교될만한 대대적인 작업이라는 평가다. 취임 6년차였던 이건희 회장은 당시 세계 유수 백화점과 양판점에서 ‘2류 제품’ 취급을 받았던 삼성전자의 제품들을 보며, 세계 최고 품질을 위한 ‘문화 혁명’을 구상했다.

그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컨벤스키 호텔에서 이 회장은 윤종용 사장 등 핵심 경영진 200여명을 불러모아 “지금 삼성은 말기 암 환자다. 이제 내가 직접 나서겠다”며 ‘삼성 신(新)경영’을 선포했다. “회장인 나부터 바뀌겠다. 마누라, 자식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도 이때 탄생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삼성과 삼성전자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리고 23년이 다시 지난 삼성전자는 또 한번의 변신을 선언했다. 단순히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창조성을 추구하는 것이 새 경영문화 혁신의 골자다. ‘페스트팔로워’가 아닌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수십년 동안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던 조직문화도 이를 위해 창의적으로 해체, 재구성한다.

‘스타트업 삼성’은 시작점부터 벤처의 모델을 따랐다. 하향식 지시가 아닌,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든 아이디어들을 모아 ‘상향식’으로 혁신 지향점을 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임직원들의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에서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을 주제로 온라인 대토론회를 실시, 모두 2만6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제안한 1200여 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재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수립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의 모든 임원들이 권위주의 문화의 타파를 선언하고, 선언문에 직접 서명한다. 내부 조직 구성원을 구분지었던 직급 체계라는 칸막이도 허문다. 삼성전자는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에서는 CFO와 사업부장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활성화 해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업무 생산성 제고를 위해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문화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의 유형을 조사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동시 보고, 실무 보고, 심플 보고 등 ‘스피드 보고의 3대 원칙’도 이행한다. 또한 임직원들의 승부근성(Winning Spirit)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의식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 장시간 근무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계획형 휴가 문화도 만들어 나간다. 습관적, 눈치성 평일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같은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컬처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의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6월중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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