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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스마트폰 사진 한장으로 꼭맞는 속옷을” … 란제리업계 뒤흔드는 ‘써드 러브’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창업한 지 2년 3개월만에 투자자들로부터 150억원이 넘는 거금을 유치한 회사가 있다. 그런데 ‘온라인 브래지어 업체’다. 첨단의 ICT 스타트업이 넘쳐나는 요즘같은 시대에 ‘도대체 누가 속옷파는 회사에 시대착오적 투자를 했나’ 싶겠지만 이유가 있다.

미국의 여성 속옷 전문 회사 ‘써드 러브’(Third Love)의 이야기다. 사실 ‘온라인 브래지어 업체’라는 표현으로는 써드 러브를 적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써드 러브는 그저 ‘온라인으로 속옷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각종 스마트기기로 사진 두어장만 찍으면 사용자(여성)에게 정확한 사이즈 정보를 알려주고, 거기에 걸맞는 속옷을 찾아주고, 배송해주는 회사다. 이 과정에 몇가지 보이지 않는 첨단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꼭 맞는 사이즈를 측정하면서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민감한 신체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성공 요인이다. 

헤이디 자크(왼쪽)와 데이비드 스펙터 부부

써드러브는 “모든 사람의 가슴 사이즈는 똑같을 수 없다. 획일화된 평균(standard) 사이즈란 없다”는 철학 아래 탄생했다. 공동 창업자인 헤이디 자크(Heidi Zak)가 겪었던 불쾌한 브래지어 쇼핑 경험에서 출발했다. 민망하면서도 착용 만족감은 떨어지는 기존의 오프라인 브래지어 구입과정을 겪으면서, 그럴 필요없는 새로운 모바일ㆍ온라인 브래지어 업체를 생각했고, 결국 남편 데이비드 스펙터(David Spector)와 함께 창업했다. 

써드러브 홈페이지

자크와 스펙터는 모두 공대생 출신이자 구글의 사원 출신이다. 이들의 이력답게 부부는 다양한 IT 기술을 써드러브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가슴 사이즈 측정을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써드러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은 ‘후딱’ 두 개의 사진만 찍으면 끝이다. 거울을 향해 마주본 사진과 옆 모습 사진이다. 탱크 탑이나 브래지어만 착용 후 촬영하면 된다.

사진 몇장이지만 사이즈 측정은 상당히 세밀하게 이뤄진다. 그렇게 보내진 2차원적인 사진을 3차원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몸과 가슴의 정확한 사이즈를 잰다. 여기에 레이저를 통한 이미지 구현 기술이 사용되고, 꼭 맞는 사이즈 추천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까지 활용된다. 써드러브만의 사이즈 측정 기술은 벌써 7개의 특허를 받았고, 4개의 기술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나 사진의 유출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과정들은 어떤 데이터베이스나 클라우드에도 저장되지 않고, 사용자의 휴대폰 그 자체에서 이뤄진다. 


ThirdLove Sizer - Learn More from ThirdLove on Vimeo.


이러한 과정은 여성 소비자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성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성들에게 사실 ‘속옷 사이즈’는 중요한 문제다. 자크에 따르면, 여성의 80%가 본인의 가슴 사이즈와 다른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다. A에서 E컵을 착용하는 여성들 중 50%는 사실 하프 사이즈라는 설명이다. 기존 제품들이 여성들의 다양한 가슴 사이즈를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써드러브에는 다른 브래지어 업체들과 달리 하프 사이즈가 존재한다.
 
자크는 “평균(Standard) 사이즈란 없으며 모든 여성들에게 각자의 사이즈가 있을 뿐이기에 100% 맞는 브래지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을 담아내듯 자크는 자신들의 브래지어의 브랜드명을 “24시간 일주일 내내 편안히 착용한다”는 뜻으로 ‘24/7 브래지어’라고 지었다. 투자받은 돈도 제품을 더 발전시키는 데 쓸 예정이다. 

로리 그릴리(왼쪽)와 라우리 앤 골드만

현재 써드러브는 꾸준히 성장중이다. 지난해의 경우엔 2014년에 비해 수익이 400%나 증가했다. 남다르게 성장하는 회사인 만큼 당연히 돈이 몰려든다. 2013년 창업 당시에만 560만 달러(한화 약 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2월에는 또 다시 800만 달러(한화 약 93억원를 투자받았다. 

두번째 투자는 특히 눈여겨볼 만 하다. 미국 란제리 시장 점유율 1위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전CEO인 로리 그릴리(Lori Greeley)와 보정 속옷으로 일거에 세계적인 회사로 올라선 스팽스의 전 CEO 라우리 앤 골드만(Laurie Ann Goldman)이 투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란제리 업계를 이끌던 두명의 슈퍼우먼이 동시에 그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골드만은 “써드러브가 단순히 줄자로 측정하던 것을 떠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여성에게 꼭 맞는 사이즈를 알 수 있게 함으로써 란제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써드러브 로고

미국의 여성 란제리 시장 규모는 연간 15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경우 현재 180억에서 200억 달러 정도의 규모지만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현재 써드러브의 어플리케이션은 오직 애플의 운영체제에서만 가능하다. 사용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안드로이드 고객 시장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아직은 써드 러브의 ‘간접 측정’ 방식이 줄자 등을 이용해 신체의 구석구석을 재보는 ‘직접 측정’보다는 부정확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써드러브도 이를 알고 있다. 공대생들 출신 창업자들답게 핵심이 되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인 자크는 “사실 브라를 얼마나 더 많이 파느냐에는 큰 관심이 없다. 여성들이 얼마나 더 쉽게 이용하고, 얼마나 더 만족하는 제품을 우리가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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