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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판 ‘저녁이 있는 삶’…가능할까?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夜景)은 야근(夜勤) 덕분’

삼성전자가 야근 없는 근무 환경을 선언했다. 할일이 끝났는데도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하지 못하던 기업 문화를 통째로 뜯어 고치겠다는 의지다. 몇해 전 대선 공약으로 제시돼 큰 호응을 받았던 ‘저녁이 있는 삶’을 삼성전자가 앞장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24일 선언한 ‘스타트업 삼성’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습관적 또는 눈치성 평일 잔업’을 줄이겠다는 부분이다. 한국 기업문화의 대표적 ‘이상 현상’이었던 평일 잔업은 직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항목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근무 시간이 긴 직원을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평가하고, 휴가를 반납하거나 가지 않는 것을 조직에 대한 충성도의 척도로 평가해왔던 기업 문화는 평일 잔업 문화를 계속 이어져오게 한 배경이 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기업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야근 일자는 주 5일 기준 평균 2.3일로 나타났다. ‘3일 이상 야근자’는 43.1%에 달했다.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불과했다.

야근자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일반 직장인 근로자의 업무생상선이 57%인 반면, 상습적 야근자의 업무생산성은 4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야근을 하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소위 ‘야근의 역설’이다.


대한상의는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 분장으로 한 사람에 일이 몰리거나 업무 지시 과정에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 시간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둥부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OECD 26개국 가운데 한국은 1년평균 2057시간을 근무해 멕시코(2327시간)와 칠레(2064시간)에 이어 세번째로 오래 동안 근무하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1302시간), 네덜란드(1347시간), 프랑스(1387시간), 벨기에(1430시간)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 노동자들은 1500시간 미만 동안 근무했다.

삼성전자는 과감하고 다양한 휴가 용법도 개발한다.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등 다양한 휴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말 출근을 ‘영예스럽게’ 생각하는 고위직급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다양한 휴가 용법을 개발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업무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기업문화 혁신 계획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우선 최고경영자의 확신과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상급자가 휴가를 가지 않으면 하급자 역시 휴가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야근이나 주말출근 등도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행동양식이 거의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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