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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리 매니악] 1만2천년 전 ‘괴베클리 테페’, 정설을 뒤엎다②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그리스의 고대는 신화에 불과하다’. 19세기 역사학자들은 ‘일리야드’에 나오는 트로이를 역사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870년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기원전 16세기 존재했던 미케네 문명이 드러납니다. 신화가 역사로 밝혀진 순간입니다.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고대의 기억이 역사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죠. 대다수의 역사책은 문명의 근간을 황허·이집트·인더스 ·메소포타미아를 기원으로 봅니다만, 새로운 발견이 속속 ‘4대 문명 기원설’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편집자주>

▶ 퇴보하는 건축술, 고의로 버려진 이유는?='괴베클리 테페’의 돌기둥에는 사슴, 가젤, 돼지, 거위 등의 동물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수렵 채취민인 설립자들이 다산과 성공적인 사냥을 기원해 이같은 구조물을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 스톤헨지와 비슷한 형태, 일종의 신전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일부 초고대 문명지지론자는 석조 배열을 별자리와 연관시켜 외계 문명 연계설도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내용을 토대로 ‘괴베클리 테페’를 살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의적으로 메워진 뒤 재사용 됐습니다. 새로운 기둥들을 세우는 등 몇 번에 걸친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재밌는 점은 기술이 시간이 지나며 퇴보했다는 겁니다. 최초 건축술이 가장 진보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단순해지고 조잡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 시작은 신전, 남은 건 1만년 전의 도시?=간간히 이어지던 보수 흔적은, 기원전 8000년쯤에 끊깁니다.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땅을 파 기둥을 메운 흔적이 나타납니다. 그 위에 석회 자갈과 석기 도구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뼈를 묻은 뒤 버려졌습니다. 고의로 ‘괴베클리 테페’가 버려진 것이죠.

누가 왜 이런 거석 유적을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버려진 이유는 뭐였을까. 그리고 이런 거석 문화를 가진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의문점 투성입니다.

슈미트 박사는 2005년 인터뷰에서 “‘괴베클리 테페’의 발굴은 더욱 발전된 기술을 가진 후손들을 위해 천천히 진행해도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 많다는 것이죠.

현재 발굴은 약 5~10% 정도 이뤄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괴베클리 테페’가 이 지역 유적 발굴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조사로 세계 최초의 ‘도시’가 발굴될 것이라고 믿고 있죠.

그러나 아쉽게도 조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2014년 슈미트 박사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사망과 시리아 내전까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죠.

인류 최고(最古)의 석기 유적, 전체가 발굴되는 그 날이 오면 인류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질 지 모릅니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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