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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4000년 역사 속 매혹적인 요리 100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고대 테베 시 근처, 지금의 룩소르 지역의 나일 계곡에는 세네트의 묘실이 있다. 기원전 2055년에서 기원전 1650년 이집트 중앙국 시대에 살았던 여인의 무덤으로 알려진 곳이다. 묘실에는 사냥과 농사, 빵굽는 그림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그림 속에는 한 여자가 곡물을 가는 체로 걸러 껍질을 골라내고 있고, 또 다른 여자는 체에 거른 곡식가루를 맷돌에 넣고 더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그 옆에는 한 소녀가 손으로 항아리 속 밀가루반죽을 주물럭거리고 있다. 다른 소녀는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비벼서 가는 줄처럼 만든 다음 길쭉한 원뿔 모양의 틀에 넣고 뒤에 있는 남자는 이 틀을 화덕 안에 넣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빵 만드는 과정을 담은 그림이다.

음식비평가 윌리엄 시트웰의 저서 ’역사를 바꾼 100가지 레시피‘(에쎄)는 이집트의 빵부터 오늘날까지 음식의 역사 4000년을 관통하며 인류가 만들어낸 매혹적인 음식 100가지의 음식을 소개한다. 음식의 역사, 음식의 연대기라 할 만하다.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윌리엄 시트웰 지음,안지은 옮김/에쎄

저자는 음식을 기록한 옛 저서는 물론 벽화와 태피스트리 각종 자료를 참고해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에서 먹으려고 만든 빵과 중세의 아주 어려운 기술을 요했던 고기과일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복원해냈다.

100가지 음식은 100명의 요리가의 얘기로 읽어도 좋다.

기원전 350년. 고대 로마 시인 아르케스트라투스는 쓴 ‘헤디파테이아’(럭셔리한 삶)란 책을 냈다, 시적인 내용으로 일관한 이 책에는 무화과 잎에 싼 생선구이가 소개돼 있다. 아르케스트라투스는 이 요리에 대해 이렇게 토를 달았다. “일부러 망치고 싶어도 잘 안 될 것”이라고. 레시피를 보면 그 말이 수긍이 간다. 생선을 무화과 잎에 올려놓고 소량의 마저럼과 함께 잘 덮어둔다. 그리고 가는 끈으로 재료를 돌돌 만 뒤 숯불에 굽는 것이다. 아르케스트라투스의 요리 철학은 단순함이었다. 그는 날음식의 우수한 질을 유지하기 위해 양념과 오일의 양을 최소화했다. 생선구이에 걸쭉한 소스를 붓고 치즈를 녹이는 걸 질색했다. 그는 또 “지역별미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알고 보면 부족함이 많은 미천한 것들에 불과하다”며, “삶은 병아리콩과 일반 콩, 사과와 말린 무화과 열매를”먹으라고 권한다.

로마의 정치가 마르키우스 포르키우스 카토는 소금간을 한 햄에 대한 기록을 ’농경서‘에 남겼다. 햄 사이 사이 소금을 뿌리고 매끄럽게 문질러 숙성시킨 뒤 건조한 곳에 말리고 식초 섞은 올리브유가 잘 스며들도록 보존처리를 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로마의 절정기를 꼽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소스가 가장 맛있었을 때를 최고의 전성기로 제시한다. 바로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키우스가 소스에 대한 글을 쓰던 서기 10년이다. 그는 ’데 레 코퀴나라아‘(’요리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는데 500가지 레시피가운데 400가지가 소스 만드는 법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빵과 생활해왔지만 레시피가 기록된 중세 문헌은 현존하지 않는다. 다만 1070년경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흔적이 남아있다. 이 태피스트리는 윌리엄 노르망디가 잉글랜드를 탈환한 활약상을 담고 있는데 병사가 야외 취사장에서 화덕에서 갓 구운 빵을 집게를 이용해 꺼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이 시기를 빵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때로 꼽는다. 핵심적인 발명품이 등장한 것. 바로 헤어 시브다. 원래 말의 꼬리털을 엮어 만든 체인데 1066년부터 영국인들이 밀가루 입자를 고를 때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윌리엄 노르망디 공의 영국 탈환이 영국 역사 뿐만 아니라 빵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즉 솜처럼 하얀 빵의 전과 후로 갈린 것이다. 튜더왕조 시대에는 빵이 계급을 나타냈다. 귀족은 하얀 맨치트빵, 상인들은 밀로 만든 둥근 빵, 가난한 사람들은 겨로 만든 빵을 먹었다.얼마후엘리트계층이 흰색 빵 만드는 법을 공개하면서 11세기에는 흰색빵의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16세기 후반에는 갈색 빵보다 흰색 빵을 만드는 가게수가 두 배나 많아졌다. 흰색빵에 대한 선호는 20세기에 절정기를 맞는다.

프랑스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송로를 곁들인 리틀 푸아그라 페이스트리가 유명해진 스토리도 흥미롭다.

1788년 프랑스 알자스 주지사인 마레샬 드 콩타드는 프랑스왕 루이 16세에게 푸아그라를 바치면서 피카르디 지방의 북쪽 땅 일부를 알자스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왕과 주지사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둘을 교환했다. 푸아그라는 알자스 음식에 질린 콩타드의 요구에 전문 주방장이 고심끝에 개발한 메뉴였다. 왕은 그 맛에 반해 ’식용가능한 황금‘이란 이름을 붙였다.

샌드위치 레시피가 소개된 책은 17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샬럿 메이슨은 ’식단을 조정하고 공급하는데 도움을 주는 부인의 조수‘라는 책에 대충 요리법을 적었다. 이 레시피가 매일 수많은 이들이 먹는 샌드위치의 탄생지인 셈이다.

책에는 중세의 가장 훌륭한 파티 플래너로 명성이 자자했던 사부아 공작의 수석요리사 시카르 아믹조, 15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맛보러 다닌 치즈 애호가 판탈레오네 다콘피엔차, 오늘날 서양요리계 유명인사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만다린 젤리에 담겨 냉장된 닭간과 푸아그라 파르페로 만든 파머 와츠의 고기과일까지 요리를 향한 인류의 열정을 담았다.

소개된 레시피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방식 그대로 소개돼 있는데 요리애호가들에게는 도전욕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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