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하다. 서서히 북상하고 있는 봄.
겨우내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곤지암 화담숲을 찾았다.
서울에서 40분 거리의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자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회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생태 수목원이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숲.
입구에 들어서자 원앙연못에서 원앙새 수십 쌍이 유유히 물 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치 알록달록 봄꽃들이 연못 위에 둥둥 떠다는 것 같다.
재잘거리는 원앙새들을 뒤로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수유, 희어리, 수선화, 할미꽃들이 산새소리와 함께 봄마중을 나와 있다.
화사한 노란빛을 머금은 봄꽃 옆으로 산책길을 따라 가니 코스가 여러 가지다.
135만5371㎡(약 41만평) 대지에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총 4300여 종의 국내 자생 및
도입식물이 17개의 테마원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은 초록 형광빛의 이끼 융단과 시원한 자연계곡이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분재원’은 멋진 소나무 분재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다.
모과나무, 매화 아래 아기자기하게 전시된 인형이 옛 어른들의 동네를 보는 듯한
‘추억의 정원’도 들려 봄 직하다.
그 중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은 자작나무숲이다.
새하얗게 뻗은 수백그루의 자작나무 사이를 걸으니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 하다.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봄바람이 땀을 식혀주며 피로까지 날려버린다.
가뿐해진 기분과 함께 걷다 만난 다람쥐는 입안 가득 먹이를 머금은 채 총총 바삐 움직인다.
야생화들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그 싱그러움에 마음에도 봄이 찾아온다.
봄 속을 걷다보니 어느새 발이봉 허리춤에 있는 숲 속 산책길 정상에 도착해 있다.
정상에는 걸음을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휴게 광장이 마련돼 있어 잠시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스키장의 풍광과 초록빛으로 물든 리조트의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스키장 구석에는 눈이 남아 있다. 겨울의 미련인 듯하다. 굽이굽이 불편하지 않게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연못에 비춰진 나무가 봄바람에 춤을 춘다.
이 또한 숲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곤지암 화담숲은 ‘16시즌 개원과 함께 4월 한달간 다채로운 봄꽃축제를 진행한다.
수백여종의 봄꽃들이 4월 한달간 피고 지고를 계속하다 4월 중순에 ‘철쭉 진달래원’에서
다양한 품종의 7만그루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한다. 마치 분홍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장관을 이룬다니 다시 곧 찾아와야 할 듯 하다. 5km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숲속 산책길에서 만난 봄빛 풍경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감동을 줬다. 미세먼지 가득한 무채색 도심에서 벗어나
색색의 자연들이 노래하는 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듯 해 심신이 가볍다.
사진·글=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