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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자 다이제스트] 홀 外
▶홀(편혜영 지음, 문학과지성사)=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의 네번째 장편소설. 삶의 폭력성을 밀도높게 그려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일상의 이면을 예민하게 포착해낸다. 소설은 사십대 대학교수인 오기가 느닷없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 자신,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돼버린 파괴된 삶을 축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오기의 신체와 삶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교통사고보다 그 이전을 주목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오기의 삶을 한 꺼플씩 벗겨낸다. 후배 제이와의 불륜, 경쟁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술수를 부렸던 지난날의 모습이 오기의 기억과 작가의 진술을 통해 서술된다.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그대로 닮은 자신의 모습과 속물적인 태도, 아내를 향한 무관심들울 하나하나 떠올리며 오기는 고통스러워한다. 


▶이공계의 뇌로 산다(완웨이강 지음, 강은혜 옮김, 더숲)=근거없는 상식과 비논리로 가득찬 불확실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 예로 확률론은 세상을 인과관계가 아닌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즉 임의성, 우연성의 세계다. 대표적인 게 로또. 로또는 로또를 많이 샀던 사람이든 아니든 당첨금을 가져갈 확률은 동일하다. 이는 노력의 결과도 하늘의 선물도 아니다, 바로 임의성의 법칙이다. 이런 임의성을 이해하면 어떤 일은 굳이 해석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가령 경영자들은 흔히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가 이를 반성하게 하고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문제 발생 확률이 극히 낮다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저항의 미학1ㆍ2ㆍ3(페터 바이스 지음, 탁선미 외 옮김, 문학과지성사)=서독과 동독, 중립국과 제1세계, 제3세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제국주의적 억압과 착취를 고발했던 세계시민이자 사회참여작가 페터 바이스의 마지막 역작. 정치적 참여와 행동을 작가적 의무로 생각해 여러 정치ㆍ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희곡을 쓴 작가는 그의 마지막 10년을 이 책을 쓰는데 바쳤다, 1937년에서 1945년까지 유럽 전체를 휩쓸었던 파시즘의 파괴전쟁과 그에 대한 사회주의세력의 저항을 총체적으로 담았다. 소설은 노동자이자 반파시즘 저항운동가인 스무살의 젊은 주인공이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기 위해 고향 베를린을 떠나기 하루전인 1937년 9월22일에 시작한다. 소설의 인물들은 지하조직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 및 공산주의 계열의 반파시즘 저항세력들로 모두 실존인물이며 묘사된 장소 역시 실제했던 곳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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