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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다양한 현대음악, 미래의 고전이 될수도
현대예술은 가장 가까운 시대의 예술임에도 어려울 거란 편견 때문에 문턱을 넘기 어렵다. 고전(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거쳐 인정받은 정제된 예술이란 인식이 있어 먼 시대 예술임에도 친근하며 향유할 가치를 충분히 느낀다. 반면 현대예술은 확실하게 정립된 이론이 없어 충분한 이해가 어렵고, 접근 방식에 있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예술은 자신만의 빛깔로 숨을 입고 있지만, 우리는 탄생의 순간을 함께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예술이 설 자리가 척박한 환경에서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노바’가 10주년을 맞이한 건 의미 있는 일이다. 10년간 예술감독을 맡은 진은숙 상임작곡가는 “개인적으로 작곡가로 성공한 것보다 ‘아르스노바’와 함께해온 지난 10년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2016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Ⅰ: 체임버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1948/1953)를 연주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시향이 위촉한 작곡가 최지연의 ‘망상(2016)’이 세계 초연됐고, 횔러의 다섯 연주자들을 위한 ‘소실점(2006)’이 아시아 초연, 살로넨의 독주 첼로와 앙상블을 위한 ‘마니아(2000)’가 한국 초연으로 공연됐다.

소리의 형태부터 악기의 쓰임까지 일반적인 실내악 무대와는 달랐다. 무조(無調)의 예측 불가능한 선율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이상적인 비율에서 벗어난 악기 구성이 의외성을 선사했다. 특히 ‘마니아’ 마지막에 고막을 찌르는 듯한 최고음이 울리자 객석에선 ‘오!’하는 놀람에 가까운 탄성이 터졌다.

공연 중간에 배치된 힌데미트의 ‘실내악 1번(1922)’은 오늘날 현대음악에서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곡이다. 현악오중주와 관악사중주를 합치고 피아노, 타악기에 응급을 소리로 알리는 사이렌까지 더했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초연 이후 뮌헨에서 다시 공연됐을 때 야유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심지어 관객이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의자 대신 박수가 무대 위로 전달됐다. 진 작곡가는 공연 전 강연에서 “우리가 판단하는 기준이 취향과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당대에 혹평을 받았던 음악가로는 낭만주의 후기 작곡가 말러의 일화가 유명하다. 청년이었던 말러가 교향곡 제1번을 발표했을 당시, 신문에는 그의 지저분한 음악을 묘사하는 삽화가 실리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말러는 현재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작곡가로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지금 이 순간에 듣는 (다소 지루하거나 난잡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이 후대의 클래식이 된다면 최초의 관객으로서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고,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다. 천리안으로 미래의 클래식을 발굴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일 수 있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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