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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플라이프 열풍①] 버리고 줄이고 단순하게…정리 열풍 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살림을 버리며 쓰레기만 안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게 비운 공간을 도로 채우고 싶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소비욕이 차단되고 가계가 개선됐다””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말이 만연해있는 요즈음. 무기력하게 세상 탓을 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주저앉아있기 보다 뭔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최근 우울 모드인데 산뜻하게 집안 정리하고 우울함을 날려 보내고 싶어요“

최근 한 ’짠돌이‘ 까페에 ’정리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주부들이 올린 게시글들이다.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집안 가득 쌓인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고 심플한 생활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반증이다. 미니멀리스트를 표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기다. 이는 물건을 치우는 정리 차원을 넘어 삶 전체를 리디자인하는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정리의 기술, 심플라이프와 관련된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배나 증가했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심플라이프 1위에 오른 10명의 일본 대표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를 비롯, 지난해 20만부가 팔린 ‘하루 15분 정리의 힘’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심플하게 산다’등이 120% 이상씩 증가했다.

물건 정리와 함께 마음∙생각의 정리 관련 도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신경 쓰지 않는 연습’‘과잉 근심’‘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등 정서적 미니멀라이프 도서 주문도 증가추세다.

‘정리의 기술’의 원조격은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다. 타임 선정 영향력 100인에 들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물건없는 삶’‘물건 다이어트’ 열풍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신이 좋아했던 물건이 오히려 생명의 위협요소로 다가옴에 따라 물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일상이 흔들리는 재난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더욱 단출한 쪽으로 바뀐 데 있다.

이와 달리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국형 정리하기, 비우기 현상은 저성장시대의 생존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30 싱글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일본과 한국은 주부들이 중심이라는 데서도 차이가 난다. 그런 면에서 한국형 심플라이프는 일종의 짠돌이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줄어드는 수입에 맞춰 살림을 알뜰하게 경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냉장고 식재료로 한달간 살아가기, 화장대 없애기, 옷장 비우기 등이 주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그렇다고 단순히 절약을 내세우는 건 아니다. 질 좋은 물건이 있으면 다양한 쓰임새를 고려해 구매한다. 대신 다른 한 가지를 버리는게 정리의 원칙이다

물건소비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는 방식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폭풍소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이들은 현명한 ‘심리소비’ 전략을 구사한다. 가령 소비욕망이 일어나면 1000원을 들고 나가 물건을 사는 식이다.

심플라이프의 목표는 인생의 여유 찾기에 있다. 쇼핑이 순간적인 만족을 주지만 죄책감과 자기 통제 실패에 대한 우울을 낳는 반면 최소한의 것으로 생활하기는 내적 만족감과 행복을 선사한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비우기 현상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최소한의 것으로 자족하는 삶을 살려는 새로운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최근 우리 사회 ‘집으로’ 현상도 관련이 있다. 불황에 외식이나 술자리 대신 집에서 휴식과 편안함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집을 최후의 안식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상의 잡동사니로 넘쳐나는 공간이 아니라 안락한 까페 같은 공간으로 꾸미고자 하는 욕구도 늘고 있다. 집밥, 집방 TV프로그램이 인기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물질과 소비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환경에 대한 인식도 비우기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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