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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혁신 3.0’ 현장을 가다-②쌍용차 평택공장] 최신설비 없이도…‘강한 현장’ 생산 혁신 이뤄내다
[헤럴드경제(평택)=유재훈 기자] 2009년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이른바 ‘쌍용차 사태’를 겪었던 평택공장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경영난을 겪으며 2600여명에 달하는 정리해고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금의 쌍용차가 살아남았다.

최근 방문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차량으로 둘러보는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창원 공장에서 엔진을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 생산 전 과정과 신차 개발ㆍ디자인센터, 시험주행 도로까지 갖춘 공장임을 감안하면 공장부지 어느 한 곳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서는 총 3개의 생산라인에서 쌍용차 회생의 일등공신인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를 비롯해 코란도C, 투리스모 등 SUV차량과 체어맨 같은 세단까지 쌍용차의 모든 모델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지난 한해 동안 4만2000건의 현장 개선 제안을 통해 143억원의 유형효과를 거뒀다. 최신설비 없이도 현장의 힘만으로 혁신의 성과를 이뤄냈다. 사진은 평택공장 생산 현장의 모습. [사진제공=쌍용자동차]
현장 개선 사례 현황 게시판. 각 라인, 팀 별 보드판은 공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대지면적은 65만㎡. 현재 국내에 자리잡은 완성차 공장 중 가장 작은 부지다. 하지만 생산 규모는 공장면적과 비례하지 않았다. 쌍용차는 지난해 이곳에서 총 14만4000여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하지만 평택공장의 최대 생산량은 연간 30만대까지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공장을 표방하는 평택공장에선 발길을 옮기는 곳곳마다 ‘혁신’의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공장 외관을 둘러본 후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가 생산되는 조립 1라인을 찾았다. 이채로웠던 것은 ‘U’로 꺾인 라인이었다. 통상 자동차 생산라인이 효율성을 위해 일직선인 ‘一’로 이뤄진 것과 달리 평택공장은 좁은 공간 탓에 라인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부족한 부지에 경영난을 겪어온 회사 사정상 이렇다할 최신 설비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여타 완성차 공장에 비해 공장 자동화율이 높지 않은 이유였다.

하지만 조립현장에 곳곳에 붙은 생산 파트별 혁신 현황은 이같은 최신 설비를 무색케하고 있었다.

쌍용차는 2009년 사태를 겪은 이후 생산 현장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생산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개선전문가와 현장혁신 개선활동 리더 육성 등 지난해까지 총 1400여명의 직원들이 혁신인재 육성 교육을 마스터했다. 공장 생산직원이 3000여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 직원의 절반 가량이 이 교육을 거쳐간 것이다.


송승기 생산본부장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현장에 반영해 이룬 현장개선 추진 실적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만건, 금액으로 환산하면 604억원에 달한다.

부족한 시설투자를 현장의 힘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현장’이라는 슬로건으로 뭉친 공장 임직원들의 공감대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었다.

조립라인에서 만난 한 직원은 “2000년 초반 평택공장 직원이 8000여명에 달했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직원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시간당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직접 개선방안을 제안하고 이를 현장에 반영하니 작업 능률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립라인 곳곳에선 다양한 모양의 부품, 자재 적치 선반이 눈에 띄었다. 이는 현장 근로자들이 직접 설계해 손수 제작한 것들이라 사이즈, 형태 등이 제각각이었다. 부족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최적의 작업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현장 직원들은 설명했다.

이 같은 현장개선 프로세스는 경쟁사 뿐 아니라 다른 업종 공장에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같은 대기업은 물론 많은 중견기업들이 우리 공장을 다녀갔다”면서 “현장개선 활동 실적과 시스템, 효율성 만큼은 국내 생산라인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평택공장 혁신의 백미는 차체에 도료를 입히는 도장라인이었다. 평택공장은 지난해 티볼리를 내놓으며 도장라인 2곳 중 1곳을 기존의 원 톤(one tone)도장에서 두 가지 도료를 한 라인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투 톤(two tone)라인으로 개발했다.

도장라인 현장 직원들은 새로운 설비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설비를 개조해 이를 가능케 했다. 100%에 가까운 자동화율을 자랑하는 도장라인은 하자로 인한 재도장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업 효율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6개월간 이어진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투톤라인은 국내 완성차 업계 도장라인 중 기아차 쏘울과 이 곳 티볼리 라인 뿐이라고 회사측은 말했다.

평택공장을 총괄하고 있는 송승기 생산본부장(상무)은 “현장 혁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첫 과제였다”며 “현장개선전문가, 팀 별 모델라인 구축 등 혁신의 틀을 구축해 현장 조직 전체에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본부장은 “지난해 2002년 이후 역대 최대생산량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며 “흑자전환의 의지를 담은 'Switch On! 2016'을 슬로건으로 전 직원이 하나로 뭉쳐 올해 판매목표인 16만대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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