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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군자, 철(鐵) 만나 다시 피우다
-포스코미술관 5월 25일까지 ‘사군자, 다시 피우다’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매난국죽 사군자(四君子)가 다시 피었다. 철(鐵)을 만나서다.

철강그룹 포스코(POSCOㆍ회장 권오준)가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지하 1층에서 운영하는 포스코미술관에서 ‘사군자(四君子), 다시 피우다’전을 열었다. 

문봉선, 매화, 천에 수묵채색, 145×299㎝, 2010 [사진제공=포스코미술관]

사군자를 주제로 추사 김정희, 탄은 이정, 수운 유덕장, 우봉 조희룡 등 조선시대 문인화가부터 청전 이상범, 월전 장우성, 남천 송수남, 여기에 한국화가 문봉선, 철판산수화가 조환,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등 근ㆍ현대 작가까지 총 32인의 작품 77점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포스코미술관이 2012년 ‘겸재부터 혜원까지_천재화인열전’전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미술로 보는 인문학 시리즈’ 일환을 마련됐으며, 오는 5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추사 김정희, 시우란, 개인소장 [사진제공=포스코미술관]

번듯한 국ㆍ공립 미술관 전시실에 비하면 층고도 낮고 장소도 협소해 많은 작품들을 한데 우겨넣은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백자청화 연적 등 도예작품들은 옹색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전시 큐레이션이 아닌 기획 의도와 출품작 면면으로만 본다면 건물 직원들만 스윽 보는 것으로 끝내기에 아까운 수준이다.

전시에는 고려대박물관, 인주문화재단,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작품과 개인 소장품들이 두루 섞였다. 

청전 이상범의 10군자 병풍, 개인소장 [사진제공=포스코미술관]

특히 2014년 6월 마이아트옥션에서 10억4000만원에 낙찰됐던 추사 김정희의 ‘시우란’이 전시에 나왔다. 추사가 제주 유배시절 아들에게 난초 그리는 법을 그려서 보여준 작품이다. 당시 앞서 열린 경매에 출품됐던 불화(佛畵) 등이 도난품으로 압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우란’의 낙찰 소식은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조선시대 3대 묵죽화가로 꼽히는 탄은 이정,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와 함께, 표암 강세황의 사군자도, 석파 이하응의 묵란도, 우봉 조희룡의 홍매도, 수월당 임희지의 난죽도 등 조선시대 사군자화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조환의 철판 산수 ‘무제’. [사진제공=포스코미술관]

석촌 윤용구의 10폭 사군자 병풍도와 차강 박기정의 묵죽 10폭 병풍, 일주 김진우의 묵죽도 등 일제 강점기 지조와 절개를 지켰던 문신서화가와 항일 운동가들의 화폭은 투박한 정취를 뿜어낸다. 사군자에 소나무, 연꽃, 목련 등을 더한 청전 이상범의 ‘10군자’ 병풍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선시대 사군자를 철강그룹 포스코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주는 건 조환 작가의 ‘철판 산수화’다. 붓 대신 강판을 갈고 용접해 산수화에서 먹이 지니는 깊이를 철판 부조의 양감으로 표현했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은 문봉선의 묵죽도를 소재로 한 5분 30초짜리 영상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대나무 숲 사이로 보름달이 비치고, 계절이 바뀌면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정경이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간을 선사한다. 포스코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이이남의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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