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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제작비로 50억 번 영화제작자짝퉁 이베이를 이베이본사에 판 독일인세계각지 엉뚱하고 특별한 혁신가 30명창조적·파괴적인 5가지 성공기술 소개
100만원 제작비로 50억 번 영화제작자
짝퉁 이베이를 이베이본사에 판 독일인
세계각지 엉뚱하고 특별한 혁신가 30명
창조적·파괴적인 5가지 성공기술 소개



#미국에서 멸균하지 않은 낙타유를 유통하거나 생유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낙타 농가가 있어도 젖을 짜지 않는다. 먹는 이도 파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폐증에 효과가 있고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는 데 꽂힌 남가주대 마셜 비즈니스 스쿨 학생 압둘 와하브는 2013년 졸업과 동시에 미국 최초의 낙타유 전문 판매회사 ‘데저트팜’을 세웠다. FDA를 설득하고 아미쉬 농가를 찾아 신뢰를 얻은 그는 마침내 미국 유기농 전문마트인 홀후드와 유통계약을 성사시켰다.

#랜스 웨일러는 어렸을 때 난독증과 언어장애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영화제작자가 꿈인 그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영화사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 그가 한 일은 영화 촬영지에서 촬영한 필름을 편집실까지 배달하는 일. 그러던 어느날 그는 ‘디지털 작업을 하면 필름을 배달할 필요가 없을텐데’ 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그는 직접 작업에 나섰다.갖고 있던 돈은 단돈 100만원. 시나리오, 감독, 촬영, 편집, 심지어 주연 배우까지 혼자 도맡아 하더라도 비싼 디지털 장비를 빌리는게 문제였다. 그는 꼼수를 생각해냈다. 장비 대여 문의 메일을 보내면서 수신자를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 가령 파라마운트에 메일을 보내면서 유니버설이라 쓰는 식이다. 그러자 영화사들이 경쟁적으로 무상 장비 제공의사를 밝혀왔고 그의 영화는 세계최초로 전과정을 디지털로 만든 영화가 됐다, 흥행수입은 무려 50억원.

둘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례다. 그런데 판에 박인 성공과정과 뭔가 다르다.

기업혁신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알렉사 클레이와 마야 필립스는 이들을 ‘또라이’라고 부른다. 사전적으론 튀는 언행과 태도 때문에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사람으로 정의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혁신가라 할 수 있다.

“창조적 또라이들에게는 대부분‘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있다. 필요할 땐 기성 시스템을 이하하고 따르고 이용하면서도 자신들은 그 시스템을 완전히 받아들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또라이들의 시대’에서)

공저 ‘또라이들의 시대’(알프레드)는 세계 각지의 특별한 혁신가 30명을 소개해 놓았다. 짝퉁 이베이를 오픈한 지 100일 만에 진짜 이베이에 500억원에 팔아넘긴 독일 삼형제, 교도소에 정보를 파는 파비안 루이스, 파리 지하 수로를 다니며 문화재를 복원하는 그룹, 거대 조직 포드에서 왕따를 당하며 나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원 등 다소 엉뚱해보이는 이들의 행동이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저자들이 이들에 매료된 것은 자유롭고 유연한 비주류가 만들어내는 경제의 힘을 목격하면서.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3000만원의 투자를 받아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등 세계 곳곳을 방문해, 5000건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다.

이 중 책에 담은 30건은 창의적인 작업방식, 파괴력을 가진 혁신성의 측면에서 전혀 새롭다고 여긴 사례들이다.

저자는 30명의 혁신가들을 직접 만난 뒤, 이들의 성공방식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허슬, 복제, 해킹, 도발, 방향전환이 저자가 꼽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허슬은 꼼수나 사기로 무언가를 얻는 것을 의미하지만 최근 경영계에서도 ‘허슬링’이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허슬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회를 찾아 움직이고 뭔가를 다른 것과 교환하고 스스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방식이다. 일이 되게 만드는게 핵심이다.

복제는 단순한 짝퉁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미에 맞춰 상품을 개량하는 혁신이 성공의 핵심.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도요타 짝퉁을 절반 가격에 만들어 파는 사업으로 시작해 종업원 1만명이 넘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합법적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

베를린에 있는 윔두 역시 숙박 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의 완벽한 복제판. 에어비앤비의 기능을 본뜬 건 물론 외양과 분위기도 비슷하다. 에어비앤비가 4년여에 걸쳐 개발한 것을 윔두는 몇달만에 완성했고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특허를 공개해 복제를 허용함으로써 더 큰 사회적 혁신을 이끄는 사례도 있다. 제과회사 마스에서 근무한 샤피로는 100억원이 들어간 코코아 유전자분석 결과를 무료로 공개했다. 녹두, 수수, 조 같은 가난한 지역의 곡식에 대한 유전자 분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농부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킹의 의미도 확장되고 있다. 직원들이 장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해킹 하듯 서로 교환하는 ‘해카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기존 제도나 전략, 노하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 주류경제를 지배하는 근면, 절제, 온건, 권위에 대한 복종 등의 원리는 250년전 산업혁명때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창조적 혁신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술발전이 낡은 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때문이다. 제도권 밖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사회성이 없는 괴짜들을 싹쓸이해 가고 헤지펀드는 숫자밖에 모르는 별종들을 끌어모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특별한 인재들을 모으려 애쓰는 현실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다른 길을 걷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또라이’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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