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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판 가격 상승에 긍정론 ‘솔솔’… 조선업 바닥 찍었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선박 건조의 주소재인 철강 제품 가격 상승세가 지난 1분기에 추세로 확인되면서 조선업 업황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긍정론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선가(船價) 하락이 발주 절벽을 부르고, 발주 절벽이 다시 철강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관측에서다. 반면 조선사들 입장에선 원가 인상 요인을 선박 판매 가격에 반영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정적인 상태여서 채산성 악화가 더 심화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과 냉연 강판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인상 폭은 4월에 3만원, 5월에 3만원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 가격도 올린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열연의 일종이라 열연 인상폭을 반영해야 하지만 조선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t당 4만원 보다는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재 가격 상승은 중국산 후판 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중국 열연과 냉연강판 내수 가격은 4월 첫째 주에 각각 톤당 414달러, 500달러로 1월 평균에 비해 각각 27%, 20% 올랐다. 같은 기간 수출용 열연과 냉연강판 가격도 각각 36%, 25%나 뛰었다. 철광석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해 12월 톤당 37 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발표와 건설업계 성수기 기대감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20% 넘게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은 톤당 53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철강재 가격 인상이 추세를 보이면서 선박 가격 상승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소 선박 수주량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원화 강세, 금리 상승, 후판가격 상승기에 나타났다”며 “세 가지 요인은 외화선가를 밀어 올리는 충분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가격이 상승하면 통상 발주 역시 늘어나는 경향성을 띈다. 지난 3월 전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선박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발주가 늘어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아직은 조선업 업황에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는 상태다. 다만 선박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한만큼 선박 가격의 추세 하락이 이어지느냐, 상승 반전의 변곡점이 될 것이냐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란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한만큼 수년동안 이어졌던 선가 하락으로 인한 업화 악화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도 “후판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가 하락은 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가 하락을 기다리던 선주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선가 하락의 압력을 버텨온 한국 조선소가 다시 도크를 집중적으로 채울 시기가 다가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판 가격 상승이 조선사들의 채산성이 더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반박도 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건조 등에 사용되는 철강재 가격은 전체 건조 원가의 10~2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을 실제 선박 판매 가격에 반영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기 때문에, 철강재 가격 상승과 조선업 업황 개선 여부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유럽 해운사들의 구조조정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규모 발주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긍정론을 반대하는 측 논리의 핵심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건조중인 선박의 경우 원가 상승 요인이 생겨난 것이다. 좋을 리가 없다”며 “철강사와 조선사는 연간으로 공급 물량을 정해두고 가격은 분기별로 협상한다. 선박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업황이 살아날지 여부는 아직은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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