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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갑질’ 정일선, 실적악화에도 보수는 ‘굳건’
-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카 정일선ㆍ정문선 형제 잇단 운전기사 폭언ㆍ폭행 파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지난해 영업익 70% 감소불구 십수억대 보수 챙겨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이른바 ‘수행기사 갑질 매뉴얼’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46) 사장이 지난해 회사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서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 폭언ㆍ폭행 파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1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강판 전문업체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5억2500만원으로 전년동기(484억1400억원)보다 70% 감소했다. 실적이 급감하면서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5.8% 줄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12억3000만원으로 전년(12억5200만원)보다 1.8% 감소하는데 그쳤다.

회사 측은 실적부진과 관련해 “시황악화에 따라 판매가격이 하락한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에도 정 사장이 전년과 별 차이 없는 보수를 가져간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직원급여는 더 깎아=특히 정 사장의 보수 감소율이 직원급여 감소율보다 적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현대비앤지스틸 직원들의 연간급여총액은 2014년 317억1500만원에서 지난해 289억6900만원으로 줄었다. 1인당 평균 급여액도 69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5.8% 감소했다. 정 사장 보수 감소율(1.8%)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의 보수가 2013년에서 2014년 오른 것에 비하면 지난해 감소율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비앤지스틸은 2014년 영업이익이 5.4%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보이자 정 사장의 보수도 5.7%(7200만원) 올렸다. 당시 정 사장의 보수는 11억8600만원에서 12억5800만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듬해 영업이익이 70% 수직하락했지만 정 사장의 보수는 1.8%(2200만원) 줄어든 데 그쳤다.

향후 경영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2월 현대비앤지스틸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등급은 ‘A-’로 유지됐다.

한신평은 “최근 니켈가격 하락세가 완화됐으나 수요 약세와 중국의 저가 수입재 유입에 따른 공급과잉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예년의 이익창출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家 3세 정일선 자산은?=정 사장은 현대가(家)의 일원으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4남 고 정몽우 전(前)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정몽구 회장은 동생 정몽우 회장이 1990년 호텔에서 극약을 마신 후 숨진채 발견되자 큰 아버지로서 동생의 자식들인 일선-문선-대선 삼형제를 물심양면으로 돌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비앤지스틸도 대기업집단 현대차그룹의 계열인 현대제철이 지배기업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정일선 사장의 자산을 얼마나 될까. 정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 주식 38만주(지분율 2.52%)를 갖고 있다. 동생 문선과 대선도 각각 26만3013주(1.74%), 10만8000주(0.72%)를 보유 중이다. 3형제의 지분율을 모두 합해도 4.98%로 5%를 넘지 않지만 현대제철이 지배그룹 자격으로 지분 41.12%(62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지배권 안정과 계열사에서 오는 일감 수주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은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비상장사 현대머티리얼의 지분 100%(1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집계한 정 사장의 현대머티리얼 지분평가액은 총 189억1678만원에 이른다. 

현대머티리얼은 2010년 6월 정 사장이 10억원을 출자해 출범한 철ㆍ비철금속류 및 광물자원 수출입운송 회사다. 2012년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의혹이 불거졌지만 2014년 말 정 사장은 현대머티리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내부거래비율을 5%대까지 줄였다.

이밖에 정 사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8층 자리 고급빌라인 ‘이니그마빌’의 전용면적 241.39㎡(약73평) 가구를 소유하고 있다. 정 사장이 2002년 매입한 이 빌라의 공시지가는 18억원 선이지만 시세는 30억원을 웃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정일선 사장의 서면 사과문

정일선 사장은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기아차 기획실 이사를 지냈다. 부인은 구은희 씨로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다.

바로 아래 동생 문선은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으로, 김영무 김앤장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의 장녀인 김선희 씨와 혼인했다. 정문선 부사장 역시 지난해 10월 운전기사 막말ㆍ폭행파문으로 공분을 산 바 있다. 

막내 동생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은 2006년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앞서 정일선 사장은 지난 8일 수행기사들에게 A4 용지 100페이지에 이르는 ‘수행기사 매뉴얼’을 강요하고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정 사장은 같은 날 오후 늦게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재벌가의 ‘갑질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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