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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디올 ‘한국여자’ 논란을 보며
최근 미술계에서 촉망받는 한 젊은 작가의 사진 작품이 인터넷을 들끓게 했다. 디올이 개최한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전에 이완(37) 작가가 내놓은 ‘한국 여자’다. 광주 충장로 번화가를 배경으로 젊은 여성이 붉은 색 디올 토드백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유흥가’와 ‘명품백’, 두 개의 키워드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 작품은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작품의 메시지가 ‘몸 팔아서 명품백 사는 한국여자’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된장녀’니 ‘김치녀’니 하는 ‘여혐(여성 혐오)’에 민감한 여성들의 거센 항의가 온라인상은 물론, 전시장(서울 청담동 디올 플래그십스토어)에서도 이어졌다.

결국 작품은 내려졌다. 디올 한국지사가 먼저 프랑스 본사에 요청해 철수가 이뤄졌다. 작가와 사전에 협의는 없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며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디올은 왜 이 작품을 전시에 걸었는가다. 사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도 이 작품을 용납할 수 없는 쪽은 오히려 디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품’은 판타지 위에 존재한다. 판타지를 욕망하도록 소비자들을 자극해야 하는 것이 명품의 숙명이다. 수백만원, 수천만원짜리 핸드백이 존재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디올백은 판타지가 무너진 공간에 등장했다.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현실적인 공간. 한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유흥가 공간이다. ‘한국 여자’는 오히려 디올백을 ‘까는’ 의미에 가깝다.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디올을 칭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사 디올을 비판하는 작업이라 할지라도, 예술은 고귀한 것이고 예술가들의 생각은 존중돼야 한다는 게 디올의 자세이고, 이는 유럽의 예술에 대한 태도와도 맞닿아있다”는 것. 아마 디올 본사 측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을 예술 그대로 인정하는 그들 문화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문은 이 작품이 왜 여성혐오로 읽혔을까다. 아마도 사진 배경에서 ‘룸 소주방’이라는 네온 전광판이 ‘룸살롱’ 같은 영업소로 연상이 된 것 같다. 룸살롱,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는 곳, 그리고 마침내 디올백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극히 단편적인 해석이다.

사실 이완 작가의 작업들은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불러 온 사회적 현상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여자’ 역시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한국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포착한 작업의 일부분일 뿐이다. 작가는 “만약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였다면 한국 남자를 모델로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한국 여자를 비하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작가와 합의 없이 작품이 내려진 것은 유감이다. 차라리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작가와 관객들이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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