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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팽팽한 긴장감·진한 쾌감 ‘2인극의 매력’
“2는 1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2는 분할이며 상호 보완성이다. 자기 자신과 세계 사이의 거리를 상징한다. 오로지 자기 자신, 즉 1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남과의 대립을 상징하기에 전쟁이기도 하다. 선과 악, 흑과 백, 명제와 반대 명제, 음과 양, 표면과 이면이다. 서로 반대되는 것들의 충돌을 뜻하며, 이 충돌이 창조적으로 승화하면 3이 생겨난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나무’에서 숫자 2에 대해 이 같이 서술했다.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 위로 2를 가져오면 어떨까. 가장 단순하게 연기하는 배우의 수를 2명으로 한정하면, 베르나르가 말한 특성이 그대로 적용된다. 막이 오르고 내리기까지 오롯이 배우 둘이 무대를 채우는 2인극이 언제부턴가 연극·뮤지컬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현재 공연 중인 ‘쓰릴 미’<사진> ‘마이 버킷 리스트’ ‘인디아 블로그’를 비롯해 개막을 앞둔 ‘마마 돈 크라이(5월)’ ‘레드(6월)’ ‘트레이스 유(8월)’ 등이 2인극이다. 최근 막을 내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웃음의 대학’ ‘거미여인의 키스’ 역시 2명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쓰릴 미’는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매해 빠짐없이 재공연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마마 돈 크라이’는 지난 공연에서 재관람율 79%를 기록하는 등 수많은 회전문 관객을 이끌었으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역시 최근 3개월간 진행된 공연동안 51회나 극장을 찾은 관람자가 있을 정도다.

2인극이 이토록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제작사 입장에서 장점이 넘친다. 드라마, 음악, 안무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담을 수 있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데다 규모가 큰 극장이나 화려한 세트, 많은 배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2인극만의 매력 때문이다. 모든 소통이 2명에서 시작되듯,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둘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서로 대화하고 이해했다가 충돌을 일으킨 뒤 화해하거나 극단으로 치닫는다. 캐릭터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 끊임없이 벌어지는 갈등과 이완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더욱이 객석을 흡인하는 힘의 8할은 배우에게서 나온다. 2명이 극을 채워야 하는 만큼 밀도 높은 연기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둘 사이의 찰떡같은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다. 관객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밀한 호흡과 미묘한 감정 변화에 전율하며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여성 관객이 대부분을 이루는 국내 공연 시장에서 남성 2인극이 독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 언급한 모든 작품이 남성극이다. 혼성 2인극은 드물고, 여성 2인극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 관객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작품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혼성·여성 2인극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점이다.

양승희 뉴스컬처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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