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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 그이상…일본의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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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방식으로 제조 독창적 풍미, 전문가들 찬사
산토리·아사히 등 수출액 급증, 일부 인기제품은 웃돈주고도 못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위스키’하면 한국에서는 보통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국제 시장에서는 ‘스카치 위스키’보다 일본 위스키가 더 주목받고 있다. 전통 스카치 위스키의 제조 방식을 이용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내는 일본 위스키는 전문가들의 찬사를 등에 업고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왔다. 이제는 일본 내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는 지난해 영국의 권위 있는 위스키 가이드북 ‘위스키 바이블’에서 산토리의 ‘2013년산 야마자키 셰리 캐스크’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또 아사히 그룹의 ‘니카 타케츠루 17년산 퓨어몰트’는 지난해 ‘세계 위스키 어워드’에서 ‘세계 최고의 위스키’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9~2014년 글로벌 위스키 판매량은 연평균 5% 상승했지만 일본 위스키는 5.6% 상승했다. 일본의 위스키 수출액도 최근 10년 동안 11배나 늘어 지난해 104억엔(1080억원)을 기록했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일부 인기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1960년산 카루이자와’는 지난해 8월 홍콩에서 열린 본햄스 경매에서 91만8750홍콩달러(1억3500만원)에 팔리며 일본 위스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홍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아론 첸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입문자용으로 꼽히는 ‘12년산 야마자키 위스키’도 구하기 힘들다며, 설혹 구할 수 있더라도 상당한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 내 1위 위스키 업체인 산토리의 다케시 니나미 대표는 “히비키(산토리의 위스키 브랜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인데, 나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을 정도다.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일본 위스키가 국제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일본 위스키의 장인으로 꼽히는 아쿠토 이치로는 “일본 위스키가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인기가 높아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 위스키의 성공 요인은 당연히 품질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산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조차 포기하기 시작한 석탄 증류 방식을 사용해 향을 풍부하게 만들고 목넘김을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스코틀랜드와 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훗카이도 등지에 양조장을 세운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농가까지 살린다=일본 내에서도 위스키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 2위 업체인 ‘니카 위스키’를 창업한 다케쓰루 마사타가의 개인사를 다룬 NHK 드라마 ‘맛상’이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의 인기를 견인했다.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 위스키의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타케쓰루의 삶이 TV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국가적인 자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그 인기는 죽어가는 일본 농가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 농가는 매년 8만톤씩 국내 쌀 소비가 줄어드는 통에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보리 농사를 지어 위스키 회사에 납품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진흥시켜 국내 쌀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운 사례다.

물론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양의 맥아를 수입하는 국가다. 특히 최근 10년간 맥아 수입량이 4배 가까이 뛰고, 지난해에만 20% 증가했을 정도로 증가 추세가 가팔랐다.

그러나 이제 위스키 업체들은 자국 농가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맥아 원료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례로 아쿠토 이치로가 운영하는 ‘벤처 위스키’는 영국, 스코틀랜드, 독일 등에서 맥아를 전량 수입해왔지만, 올해부터는 공장이 있는 사이타마현의 치치부 농가에게서 구입할 방침이다. 아쿠토는 “수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5배 더 들기는 하지만, 치치부만의 풍미로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며 “위스키의 질에 대한 인식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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