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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귀농귀촌과 촌테크 -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생명력 충만한 봄이다. 농촌의 산과 들은 각종 봄꽃이 만개하고 나무들은 빠르게 초록 옷으로 갈아입는다. 밭을 갈고 작물을 심고 가꾸는 등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서도 ‘계절의 여왕’ 봄에 한껏 취해본다.

봄은 귀농ㆍ귀촌의 계절이기도 하다. 도시의 상춘객 중에는 ‘인생 2막’의 전원생활 터를 찾기 위해 농촌 지역 및 개별 땅의 답사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도시에서 열리는 귀농ㆍ귀촌박람회는 늘 인파로 북적거린다. 여기저기서 진행하는 귀농귀촌 강좌도 참 많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박 농사, 6차산업ㆍ스마트팜 창업 등 성공 방법론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낮은 소득구조에 고령화, 공동화로 신음하는 농업·농촌의 현실에서 성공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귀농ㆍ귀촌하자마자 소득문제, 텃세, 자녀교육문제 등 3대 걸림돌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성공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촌테크(村테크ㆍ시골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전원생활 7년 차인 필자가 굳이 촌테크란 신조어를 들고 나온 것은 ‘도시인의 로망’이라는 전원생활에도 소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며, 그 길은 좁고 길며 그리고 험난하다. 촌테크는 귀농ㆍ귀촌한 이들이 시골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현실적인 방법론을 뜻한다. 성공 보다는 행복한 전원생활에 방점을 둔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전원생활에는 일단 땅과 집이라는 물적 기반(부동산)이 필요하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보다 전원에서의 입지 선정은 이후 전원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재테크 관점에서는 강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땅은 무조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촌테크는 침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전원생활 터는 나와 가족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보기에’ 좋은 땅이 아니라 ‘살기에’ 좋은 땅이어야 한다. 요즘 방송마다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인을 다루는 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촌테크로 보자면 이런 땅은 기피대상이다. 막상 살아보면 너무 불편하고 또한 외롭고 무섭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농사활동이 분주하게 이뤄지는 곳이 농촌이지만, 주변이 온통 농지로 둘러싸인 터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두엄냄새, 농기계 소음, 농약과 비료살포 등으로 인해 집터로는 부적합하다. 또한 낭만적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은 전원입지의 첫째 조건으로 멋진 자연환경을 꼽지만, 촌테크에서는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 있다. 바로 좋은 이웃이다.

억대부농 또한 깨어나야 할 환상 중 하나일 뿐이다. 촌테크는 우리나라 농가의 연평균 소득(2014년 기준 3495만원)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 있는 타당한 목표로 제시한다.

2015년 귀농ㆍ귀촌 인구는 사상최대를 기록한 2014년(총 8만855명)을 넘어서 총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들어서도 귀농ㆍ귀촌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인생 2막의 삶터이자 일터, 쉼터로 전원행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에게 감히 말씀드린다. 한번 뿐인 인생, 천천히 살아보고 싶다면 대박농사ㆍ땅테크 말고 촌테크 하라고.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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