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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수준 ‘임대주택 천국’ 가능할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정부가 28일 내놓은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 방안’에서 임대주택 재고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2020년까진 공공지원주택의 재고비율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게 하고 2030년까진 EU 등 선진국 수준으로 이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등 ‘임대주택 천국’으로 통하는 나라들의 뒤를 좇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수요자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임대주택 풀(Pool)을 키운다는 데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현실적인 달성 여부를 두고서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놨다.

정부는 ‘공공지원주택’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에 LH와 SH처럼 공공 사업자가 지었던 주택(공공임대주택)에, 민간이 지었더라도 공공의 지원을 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은 임대주택까지 포함해 공공임대주택의 테두리를 확대한 것이다.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만으로는 불어나는 임대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이 소유하지만 임대료가 저렴해 공공성을 띈 주택을 포함하는 ‘공공지원주택’이란 개념을 만들어 선진국 수준의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판교신도시에 있는 한 공공임대아파트. [헤럴드경제DB]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재고가 늘어나면 서민들 주거비 부담은 줄어들고, 임대료를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고 평가했다.

사실 ‘서민 주거안정’을 대목표로 임대주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나선 건 과거 정부의 단골메뉴였다. 참여정부는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고, MB정부는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을 아우른 형태의 보금자리주택을 150만호 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재정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외면 받는 사업장도 속출하는 문제가 불거지며 자취를 감춘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공공지원주택’의 규모를 늘리는데 성공하려면, 공공이 키를 쥐고 있는 것 보다는 민간에서의 먼저 나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금 지원이나 세제를 감면하는 식으로 준공공임대를 확산하겠다는 건 결국 (임대주택 재고 확대에) 정부가 주도권을 갖겠다는 얘기”라며 “민간이 스스로 임대주택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임대인’을 예로 들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종교단체 등 공익단체들이 나서서 공공성을 띈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공급을 두고 장기ㆍ단기 전략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이미 임대시장에서 80%는 민간이 공급을 담당한다. 단기적으론 이런 주택을 공공지원주택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재산세, 임대소득세 감면 같이 강한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의 바탕을 이루는 관련 통계, 제도적 정비를 우선적으로 닦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량’에만 집중한 까닭에 외면받았던 과거 정책들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박사는 “세부 지역별로 주거여건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가 없다. 이 때문에 말만 ‘맞춤형 공급’일 뿐이지 실제론 정책이 총량적으로만 흘러간다”며 “어지역에, 어느 유형의 주택을 얼만큼 공급해야 한다는 계획이 가능하도록 통계ㆍ지표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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